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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규제發 공백 정조준"…주담대 금리 통 큰 인하


입력 2019.10.31 06:00 수정 2019.10.31 05:58        부광우 기자

지난 달 이자율 2.33% '최저'…한 달 새 0.26%P 떨어져

예대율 강화에 다른 은행들은 오름세…출혈 촉발 우려도

지난 달 이자율 2.33% '최저'…한 달 새 0.26%P 떨어져
예대율 강화에 다른 은행들은 오름세…출혈 촉발 우려도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한 달 새 국내 은행들 가운데 최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몇 달 뒤 강화되는 규제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이 불어날 것을 염려해 금리를 대부분 올린 주요 시중은행들과 반대되는 행보다. 새로운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공백이 생기자 비교적 주택담보대출이 적어 부담이 덜한 씨티은행이 이자율을 무기로 빈틈을 파고드는 와중,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은행들의 분할상환방식 가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2.74%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씨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2.33%로 가장 낮았다. 이는 ▲신한은행 2.56% ▲우리은행 2.60% ▲KEB하나은행 2.68% ▲KB국민은행 2.69% 등 4대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0.2~0.3%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씨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대형 은행들에 비해 비싼 편이었다. 실제로 전달 씨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59%로 우리은행(2.40%)과 하나은행(2.57%)보다 높았고, 신한은행(2.59%)과 같은 수준이었다. 당시 4대 은행 중 씨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웃돌던 곳은 국민은행(2.64%)뿐이었다.

그런데 1개월 동안 씨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율이 0.26%포인트나 낮아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이런 변화는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진 모든 은행들 가운데 제일 큰 하락폭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0.20%포인트, 하나은행은 0.11%포인트, 국민은행은 0.05%포인트씩 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율이 올랐다. 신한은행이 0.03%포인트 내린 정도였다.

이처럼 대형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대체로 상승 곡선을 그린 데에는 예대율 규제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문학적 규모로 커진 가계부채와 치솟는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조만간 예대율 계산 방식을 바꾸기로 하면서,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입장이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100%를 넘기면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내년부터 이 같은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벌써 예대율이 100%에 육박하는 은행들로서는 가계부채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는데 있어 짐이 무거워지게 된다. 올해 상반기 말 4대 은행 예대율은 ▲국민은행 97.7% ▲하나은행 97.3% ▲신한은행 97.0% ▲우리은행 96.9% 등으로 평균 97.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예대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다. 씨티은행이 경쟁 은행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이자율을 낮추며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예대율은 80.7%로 대형 시중은행들을 10%포인트 이상 밑돌았다.

아울러 씨티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비중 자체도 여타 주요 은행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규제 강화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크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말 은행 간 대여금을 제외한 원화대출금에서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씨티은행은 24.8%로 우리(42.5%)·은행(40.8%)·하나(37.6%)·신한(33.9%) 등보다 훨씬 낮았다.

문제는 앞으로 씨티은행 이외의 대형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경쟁에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로 내리면서 대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해서다. 낮아진 기준금리를 반영하면 대출 금리를 내리는 게 맞지만, 규제를 고려하면 이에 함부로 손대기 힘든 처지인 은행들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국내 은행들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 바뀌는 예대율에도 대응 여력이 충분할 것"며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이자율을 통한 경쟁까지 더해질 경우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은행들은 안팎의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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