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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강경화·정경두 또 유임?…마속의 목 언제 베나


입력 2019.08.05 03:00 수정 2019.08.05 06:03        이배운 기자

'전쟁'같은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상황 관리할 장수 필요하지만

'참사' 장본인 과감한 교체요구 높아져…'읍참마속' 교훈 되짚어야

'전쟁'같은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상황 관리할 장수 필요하지만
'참사' 장본인 과감한 교체요구 높아져…'읍참마속' 교훈 되짚어야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장관, 문재인 대통령, 정경두 국방부장관 ⓒ데일리안, 청와대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장관, 문재인 대통령, 정경두 국방부장관 ⓒ데일리안, 청와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읽다보면 자주 접하는 장면이 있다. 주군이 전투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장수의 목을 베라고 호통 치면 참모들은 '전쟁중에 장수를 베는 것은 불리하다'며 만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군은 화를 삭인 뒤 장수에게 죄를 씻을 기회를 주고 결과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1번째는 심기일전한 장수가 승리를 거두는 것, 2번째는 용감하게 싸우기는 하나 패전·전사하는 것, 3번째는 앙심을 품게 된 장수가 적군에 투항하는 등 배신을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주 초 중폭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유임설'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분위기다.

강 장관이 이끄는 외교부는 '주일 총영사 성추행', '구겨진 태극기 사태' 등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우리 외교가 사방으로 고립될 지경에 이를때까지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 장관은 군 경계실패 및 은폐시도, 지도부 기강해이 심화, 북한 미사일 도발 미흡한 대응으로 교체론이 대두된 상황이다.

이들 논란에도 불구하고 양 장관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전쟁 중에 장수를 베는 것은 불리하다'는 원칙이 고려된 탓이다. 실제로 현재 한국을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는 '전쟁'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란하고 급박하다.

전문가들은 양 장관이 그동안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외교에 펼쳐진 난국을 신중하게 '관리'하려면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여론과 야당의 압박 속에서도 두 장관이 몇 차례 개각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양 장관이 이번에도 유임되면 승전·패전·배신 중에 배신의 길을 걸을 가능성은 비교적 적어 보인다. 현대는 후한 말기와 달리 신원추적이 용이한 덕분이다.

다만 장관들의 지난 업무성과를 평가하면 '승전'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야권에서는 현 외교안보 참사의 장본인들을 교체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만 할 것이라며 해임을 건의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아끼던 장수도 과감하게 목을 쳐 어지러운 군율과 원칙을 바로 세운다는 이른바 '읍참마속'의 교훈에 따라 과감한 인사교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비의 뜻을 받들어 어진 리더십을 펼치던 제갈공명은 마속이 대패하고 돌아오자 참모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그 목을 벴다. 자식처럼 아끼던 장수를 벤 제갈공명은 밤새 목 놓아 울었지만 덕분에 촉나라는 흔들리던 군율과 법치가 바로잡혔고 그 교훈은 18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있다.

장수들이 패전을 거듭하다보면 장수 개개인의 자질 뿐만 아니라 인재를 등용하는 주군의 자질도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외교안보 참사가 잇따르는 와중에도 두 장관의 교체를 계속 미루려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적 불신이 확대되는 이유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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