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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한일관계…文대통령 광복절 메시지는?


입력 2019.07.30 15:00 수정 2019.07.30 15:33        이충재 기자

광복절 경축사 초안(草案) 작성도 어려운 상황

무역갈등 최고조 상황서 '절제된 목소리' 예상

광복절 경축사 초안(草案) 작성도 어려운 상황
무역갈등 최고조 상황서 '절제된 목소리' 예상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담을 대일(對日)메시지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촉발된 최악의 한일갈등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할지'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역대 대통령 日때려 지지율 올렸는데...

역대 대통령들의 광복절 경축사는 단순히 국경일을 축하하는 메시지에 그치지 않았다. 경축사를 통해 국정운영에 대한 핵심 아젠다와 함께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일본을 향한 발언이다. 이날만큼은 공식적으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을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날이다.

그래서 얼마나 일본을 강도 높게 비판하느냐가 항일의지의 척도가 됐고, 국정지지율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나 과거사 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아 '역대 최악'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았다. 반면 2013년엔 "가해자·피해자란 입장은 천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다"는 강경발언으로 환호성을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광복절 공식'에 충실했다. 취임 첫해부터 아베 정부를 겨냥해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외교‧안보 총체적 난국…'절제된 대응' 예상

다만 올해 광복절은 과거 어느때보다 엄중한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올해들어 3.1절 경축사에서 '친일잔재 청산',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등 메시지의 강도를 높여왔지만,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아직 초안(草案)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통령의 중요한 연설은 몇 달 전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각 부처에서 경축사에 들어갈 조각들을 가다듬고, 퍼즐을 맞추듯 연설기획비서관실에서 초안을 만든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움직임을 감안하면 갈피를 잡기 쉽지 않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침범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두고도 오락가락 브리핑으로 혼선을 야기했던 청와대다. 대통령 경축사는 언론 브리핑처럼 쉽게 판단해 쓸 수 없는 사안이다.

청와대는 '맞춤형 대응'이라는 기조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응수위와 방향 등을 지켜보고, 우리의 전략을 '절제된 표현'으로 내놓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주목하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옹졸하지만, 외교적으론 "영악한 족속"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치밀한 일본이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주목하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옹졸하지만, 외교적으론 "영악한 족속"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치밀한 일본이다.(자료사진)ⓒ청와대

'현미경 분석'하는 영악한日…"대응논리 줘선 안돼"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주목하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옹졸하지만, 외교적으론 "영악한 족속"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치밀한 일본이다. 실제 산케이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의 취임 첫해 8.15경축사부터 분석을 시작해 1년 넘게 대책을 준비해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피해자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우리정부를 담당하는 '북동아시아과'를 2개로 나누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문 대통령의 '입장'을 분석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여기에 아베의 정치적 야욕이 더해져 무역보복으로 이뤄진 것이다. 손 놓고 있던 우리 정부의 '3무(무대응, 무관심, 무능)' 대일외교에 손쉽게 일격을 가한 일본이다.

당장 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내놓을 새로운 메시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무역보복 중단을 요구하는 '원론적'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언급하면 오히려 우리카드를 노출시킨다"고 했다.

외교관계 한 전문가는 "그들은 지독하게 영악하다. 우리 대통령의 발언, 정부인사, 여권유력 정치인 등의 발언을 현미경을 들고 와서 분석하고 대응하는 자들"이라며 "외교적 대응력이 우리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섣불리 내놓은 발언이 그들의 대응논리만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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