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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北핵 동결론…韓 '핵인질' 되나


입력 2019.07.10 01:00 수정 2019.07.10 05:02        이배운 기자

美언론 '트럼프 행정부, 北 핵보유 암묵적 인정 가닥' 보도 잇따라

빅딜 원칙 후퇴는 '불완전 핵협상' '핵위협 재발' 위험 높여

전술핵·자체핵무장 공론화 필요…'완전한 핵협상' 지렛대 삼아야

美언론 '트럼프 행정부, 北 핵보유 암묵적 인정 가닥' 보도 잇따라
빅딜 원칙 후퇴는 '불완전 핵협상' '핵위협 재발' 위험 높여
전술핵·자체핵무장 공론화 필요…'완전한 핵협상' 지렛대 삼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목표를 '완전한 폐기'가 아닌 '동결'로 재설정 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핵무기 없는 한국이 북한의 '핵인질'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북한은 핵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트럼프에겐 그것이 괜찮아 보인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일로 귀결될지 모른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핵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언하지 않았고, 북한도 회동 사실을 알리면서 핵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는 유지되지만, 협상의 어느 시점에는 어떤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의 훨씬 작은 조치에도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관측했다.

앞서 미국의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대량살상무기 동결'을 거론했다는 보도를 내놨고,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핵물질·무기 생산은 불허하지만 현재 보유한 핵무기의 보유는 암묵적으로 인정해주는 '핵동결' 합의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암묵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는 것은 핵무기 없는 한국이 외교·안보 측면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내몰리게 됨을 의미한다. 해외 연구기관 분석을 종합하면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수는 최소 15개에서 최대 6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으로부터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는 점도 북핵 동결 우려를 더한다. 미국은 1980년대 파키스탄과 핵실험을 하지 않는 이상 핵개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암묵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20여 년간 핵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현재 1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빅딜 원칙을 무르면 '과거의 실수'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5년간 국제사회와 핵 동결 합의를 맺었다가 보상만 챙긴 뒤 다시 핵실험을 강행하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핵무력을 완성한 전례가 있다.

1차적으로 핵 동결 합의를 맺으면 완전한 핵폐기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재완화를 보장하면 다음단계의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동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미가 각각 핵시설 동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와 경제제재 완화를 주고받으면 공들여 다음단계의 비핵화 협상을 추진할 이유가 사라진다. 북한은 핵보유를 묵인 받고 미국은 자국을 겨냥한 핵위협을 해소하며 '윈윈(win-win)'하지만 한국은 북핵 위협에 무기한 방치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 및 '자체 핵무장'을 공론화 하고 구체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한반도 주변국들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에 적극 협조케 하는 지렛대가 되고, 북한 핵 보유가 현실화 된 경우에는 남북간에 '핵균형'을 이루는 핵심 수단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유사시 본토에서 오면 될 미군이 굳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이유는 그 자체로 한미동맹 의지를 보여주고 북한과 주변국을 압박하기 때문이다"며 "전술핵의 남한 재배치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북핵 위협을 강하게 억제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가장 큰 피해자로, 우리만 협약을 준수하다가 북한의 핵 독점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중대한 안보위기에 처하면 NPT에 탈퇴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도 북핵 위협에 대응한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은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하며 동맹국들의 핵개발을 막았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방조해 패권대결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며 "현 비확산 정책을 고수하면 동북아 구도가 중국한테만 유리하다는 것을 설득해 비확산 정책의 철회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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