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다면 불륜의 수위를 제쳐놓고 위험한 독을 뿜어내
배우자나 애인이 나 아닌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바람기일까 아니면 불륜일까.
며칠전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버라이어티 쇼의 재방송을 보던 필자는 방송 진행자가 패널들에게 던진 질문 중 개그맨과 코미디언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대목에서 바람과 불륜의 차이는 또 무엇이냐는 웃지 못 할 내용을 들었다.
흔히 말하는 바람과 불륜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감을 놓고 본다면 바람은 ‘바람기’라는 표현대로 한바탕 불어 닥친 장난 같은 것이고 불륜은 인생의 늪과 같은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지구상에 남과 여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회자되는 원초적인 문제가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자행되는 배신과 변심이 아닐까.
바람이든 불륜이든 배우자를 배신하고 다른 이성과 정신적 육체적 관계가 설정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바람은 장난과 같은 어감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어머니 세대들의 인내심이 만들어낸 또 다른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권위가 앞섰던 시대에는 남성들의 외도가 많았다. 수많은 아내들은 남편의 배신에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가슴에 시퍼런 멍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다리고 참는 모진 인고의 시간들을 감수했었다.
한바탕 불고 지나가는 잦은 바람일지라도 언젠가는 구름이 걷히고 평온해질 것이라 믿는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일부종사나 일부일처에 대한 관습법이 나름 강했었던 까닭이다.
그렇다면 바람과 불륜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가보다. 여러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유독 바람기 많은 남편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버렸다는 필자의 지인 S는 한 아파트의 위층 아래층에 살면서 언니 동생 하는 사이로 S가 외출할 경우 아이들을 맡겨놓은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곗날이나 동창회에 참석할 경우 그녀의 남편까지도 아래층 동생에게 가서 저녁을 얻어먹곤 했다는데 몇 달이 지나고 아파트에 소문이 파다해졌다.
자신의 남편과 동생처럼 여겼던 그녀가 불륜관계라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을 따지려고 달려간 S에게 눈을 흘기며 자신들은 헤어질 수 없으니 차라리 이혼하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기가 막힌 S는 남편의 배신에 한동안 패닉상태였고 우울증과 함께 육체적 고통도 적잖았다고 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보다도 남편을 사랑했던 S는 그들의 애정행각이 지속되는 2년 동안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싸울 만큼 싸우고 참을 만큼 참았다.
S의 남편이 오랜 불륜관계를 정리하고 그녀에게 돌아왔고 지금은 누구보다 사이좋은 부부로 지내고 있지만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어버린 그때의 고통이 잊히진 않는다고 한다.
결국 바람난 배우자의 귀가로 불륜은 사장되고 단지 바람기였다고 말하는 아내들. 한 순간 다른 이성에게 한눈을 팔고 잠시 마음을 빼앗긴 바람은 멈추고 자신이 속한 곳으로 돌아온 것으로 풍파는 끝난 걸까.
여배우 김혜수 주연의 ‘바람피우기 좋은날’이라는 영화는 남편의 바람기와 끝없는 외도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인 아내도 맞바람을 피운다는 설정으로 코믹하고 거침없이 영화를 그려냈다.
그러나 영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었을까. 억지스런 내용에 짜맞추기식 에피소드는 여성도 충분히 쿨한 바람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인데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여성은 불륜에 빠질 수는 있어도 일시적인 바람은 피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아닌 이성에게 매시간 매 틈마다 곁눈질을 하는 것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다. 그것은 남성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종족번식 리비도에 의한 끊임없는 바람기라고 한다면 여성들은 바람기처럼 가벼운 연애놀이보다는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늪을 선택하기에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야기는 우리들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김수현표’ 불륜드라마들이 아니더라도 여자가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다면 불륜의 수위를 제쳐놓고 위험한 독을 뿜어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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