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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유태오 "긴 무명 생활, 그래도 로맨틱했죠"


입력 2018.12.23 12:08 수정 2018.12.23 12:09        이한철 기자

칸이 주목한 영화 '레토' 주연배우 우뚝

한국적·이국적 감성 모두 갖춘 게 장점

배우 유태오가 영화 '레토'를 통해 가장 주목받는 한국 배우로 우뚝 섰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배우 유태오가 영화 '레토'를 통해 가장 주목받는 한국 배우로 우뚝 섰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배경 자체가 로맨틱하지 않나요. '긴 고생 끝에 성공'이라는 희망을 줄 수 있잖아요."

배우 유태오는 2000대 1 경쟁률을 뚫고 영화 '레토'의 주인공이자 러시아의 국민 스타 빅토르최 역에 발탁됐다. '레토'를 통해 유태오는 15년 무명 생활을 한 방에 청산하고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신념과 집념을 가지고 꾸준히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운동선수 출신이었던 그는 2009년 귀국한 이후 배우 활동에 올인했지만 큰 주목을 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주로 작은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일본 등 그를 찾는 영화라면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장점을 갈고 닦았다.

"무명 시절 해왔던 작품들은 논문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단계별로 있어요. 그게 모아졌기에 '레토'도 해낼 수 있었죠. 만약 1~2 작품 전에 이 작품을 만났다면 못했을 거예요."

내년 1월 3일 개봉하는 '레토'는 1981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꿈꾸는대로 사는 자유로운 록 뮤지션 빅토르 최(유태오)의 청춘을 그린다. 제71회 칸영화제 초청작이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상영작으로 전 세계 유수 매체의 극찬을 받았다.

러시아 영화지만 의외로 한국의 감수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유태오는 "젊은 영화지만 가볍지 않고 1980년대를 다루지만 무겁거나 올드하게 느껴지지 않는 묘한 느낌의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유태오에게 '레토'는 배우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유태오에게 '레토'는 배우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특히 "러시아 사람들은 자기를 서양 사람으로 정체화시키지 않는다. 동양인의 감수성과 백인문화가 잘 조화돼 있다. 그래서 감수성이 이상하게 우리나라하고 잘 맞다"고 덧붙였다.

유태오는 2000대 1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최 역에 발탁됐다. '레토'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박루슬란 감독의 영화 '하나안'이란 작품, 그리고 박루슬란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레토'도 없었다.

'하나안'이란 너무나 감명 깊게 본 유태오는 박루슬란 감독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친분을 유지해왔다. 그런 박루슬란 감독이 '러시아의 박찬욱'이라 불릴 만한 감독이 20대 동양인 배우를 찾는다며 유태오에게 오디션을 제안한 게 인연이 됐다.

박루슬란 감독은 유태오의 셀카 사진과 다양한 모습이 담긴 과거 사진을 모아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에게 보냈고 감독이 바로 OK 사인을 보냈다.

"감독이 사진을 보고 '얘랑 가자고' 한 장을 짚었는데, 다 똑같은 배우라고 하니 '전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외모 변화가 가능한 배우'라며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상 오디션과 모스크바 현장 오디션까지 이어졌어요."

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지고 관객들 앞에 선보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영화 촬영 중이었던 지난해 8월 23일 공금 횡령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가택 구금을 당한 것. 정치적 이유로 탄압을 받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긴 어렵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구금됐을 때 촬영회차는 5회가량 남아 있었다. 유태오뿐만 아니라 현장의 스태프 모두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남은 5회차는 우리끼리 촬영했어요. 다행히 리허설을 많이 했고 감독님이 노트에 많이 적으셨고 변호사 통해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죠."

유태오는 긴 무명생활에도 불구하고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유태오는 긴 무명생활에도 불구하고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당시만 해도 이 작품이 칸영화제에서 선보이고 국내 개봉까지 이어질 거라고 기대하지 못했지만, 모두의 간절함이 모여 기적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레토'는 유태오이 배우 인생을 바꾼 결정적 작품이 됐다.

"현실적으로 제가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이제부터 일을 시작하는 거구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선 배우로서 스케줄에 큰 변화가 있었다. 매년 1~2 작품 띄엄띄엄 해왔던 유태오는 다음 작품, 다음 작품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게다가 언론 인터뷰와 영화 홍보 활동 모두 낯설다. 하지만 유태오는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고, 작품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졌다.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장점을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기대감도 크다.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한국적인 매력과 이국적인 매력의 공존을 꼽았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장점으로 끌어올리느냐가 그의 고민이다.

유태오를 한 단어로 설명하는 건 어렵다. 다만 다른 교포들에 비해 한국적인 감성을 더 많이 갖고 있고 한국 사람들보다 이국적인 감성도 갖추고 있다. 그걸 상품화시킬 때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저는 원래 '느리게 걷기' 하는 사람인데 욕심이 있고 꿈이 있어요. 요즘 들어 내 자신을 깨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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