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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통합전당대회' 현실성 있을까, 레토릭일까


입력 2018.10.08 01:00 수정 2018.10.08 05:14        정도원 기자

손학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데…대체 왜?

바른미래 보수파 탈당 노리지만 "가능성 희박"

오히려 2월 全大 이후 보수대통합은 설득력 있어

자유한국당 안팎 "통합전당대회" 높아지는 목소리
손학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데…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위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김용태 사무총장과 함께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위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김용태 사무총장과 함께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합전당대회'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합전당대회'는 실현 가능한 것일까, 때만 되면 나오는 레토릭에 불과한 것일까.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 등이 연일 "범보수·범우파의 결집이 소망"이라며 통합전당대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통합전당대회는 정당과 정당이 신설·흡수합당할 때 치르는 전당대회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당대당 통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손학규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주승용 국회부의장도 유럽 출장 중에 급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과 기름'처럼 다르다"며 "결코 합쳐질 수 없고, 합쳐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때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한국당 중진의원도 "바른미래당의 호남 의원들이 우리 당과 합당을 하거나 손 대표가 그분들을 내치고 당을 갖고 이리로 온다거나 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도 '통합전당대회'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뭘까. 바른미래당 내의 보수파를 손짓하는 뜻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른미래당 보수파를 탈당시켜 한국당 전당대회에 나오게 하면, 일단 범보수·범우파가 총결집하는 '보수대통합'은 이뤄진다는 계산이다.

바른미래당 보수파 탈당시킬 수 있을까
정국 향배 유동적…"연내 움직일 일 없다"


2월 전당대회 당권도전설이 나오고 있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최고위원과 12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유력한 강석호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모습(자료사진). ⓒ국회사진공동취재단 2월 전당대회 당권도전설이 나오고 있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최고위원과 12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유력한 강석호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모습(자료사진).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이 그림은 가능할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양측의 의원들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는 보수파 의원들에게는 탈당해서 한국당 전당대회에 나가야할 명분이 없다. 옛 탈당파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집단복당했다. 대선 직전인 5월에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복당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김무성 의원 등이 복당했다.

또 김세연·박인숙 의원 등은 개별복당했다. 여러 번 기회가 있었는데도 복당하지 않은 의원들이 이제 와서 한국당에 돌아가려면 뚜렷한 정치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아직 없다.

바른미래당 보수파 의원은 "그분들이 한국당에 돌아가서 무슨 혁신이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 한 게 없지 않느냐"며 "자기들도 한 게 없이 날 부르고, 나도 뭐 하나 바뀐 게 없는 한국당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정치라는 게 100%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없다"면서도 "한국당은 보수 변화의 상징을 개혁보수 세력을 품는 것으로 생각해서, 자꾸 많은 분들이 자기의 바람을 말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김 원내대표가 정치에는 0%도, 100%도 없다면서도 바른미래당 보수파의 한국당 전당대회 참여를 위한 탈당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은 자신의 희망과 이해관계를 떠나서 객관적인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음을 본 것이다.

일단 한국당 전당대회의 향배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른바 잔류파로 불리는 재선 의원은 "객관적으로 12월 원내대표 경선이든 2월 전당대회든 현재로서는 복당파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잔류파도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가 '최후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나 정우택·유기준 의원 등을 중심으로 대열을 정비하고 있다.

뜻밖의 결과가 나오면 오히려 한국당이 분열하면서 바른미래당 중심의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잔류파가 당권을 잡으면서, 비박(비박근혜)계가 당을 뛰어나오게 되는 상황이 일례다.

손학규 대표가 "자유한국당은 전통적인 보수 세력과 태극기 부대에 의존하고 있는 극히 불안한 정당"이라며 "전당대회가 내년 2월에 열릴텐데, 그 때 벌어질 싸움을 생각해보면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분열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바른미래당 내의 보수파도 이런 상황을 바라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전당대회 전에 섣부르게 탈당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보수파 의원실 관계자는 "친박이 당권을 잡게 돼서 저쪽(한국당 비박)이 우리 당으로 돌아오게 되면, 우리 의원으로서는 명분도 지키면서 탈당도 하지 않아도 되니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바른미래당의 또다른 의원은 "의미가 있다면 선도탈당도 가능하다"면서도 "연내에 움직일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설령 보수대통합이 이뤄지더라도 그것은 한국당 2월 전당대회의 '결과'로서 그 뒤에 일어날 일이지, 그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서 '결과'로 통합전당대회를 치르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정리했다. 정계개편은 2월 전당대회 이후인 3~4월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지상욱 의원의 "총선 전에 보수가 하나돼야 한다는 일반론에는 동의한다"는 말이나, 김관영 원내대표의 "총선 1년 정도 앞두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황교안·오세훈 입당명분…'소통합' 가능할 듯
'대통합'은 2월 전당대회 이후 3~4월에 윤곽


2월 전당대회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과 12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유력한 유기준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월 전당대회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과 12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유력한 유기준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렇다면 '통합전당대회'는 아무 의미없는 레토릭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국당 내부적으로는 당외(黨外)에 머물고 있는 무당적 보수인사들에게 합류할 계기를 마련해주며, 외부적으로는 바른미래당이 범(汎)여권으로 폭주하지 못하게 묶어두는 '견제구'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무당적 보수인사의 대표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있다. 이 중 오세훈 전 시장에게는 지난 추석 직전 김병준 위원장이 직접 찾아가 입당을 권유했다. 오 전 시장도 "언젠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은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른정당 창당에) 동참했던 것에 반성하고 후회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입당과 전당대회 출마에 앞서 논쟁에 휘말릴 수 있는 사안에 관한 입장들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읽힌다.

황교안 전 총리도 "중도와 보수의 역량 있는 분들이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역시 '통합전당대회'에서 정치 활동 본격화의 명분을 찾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으로 '통합전당대회'가 바른미래당을 묶어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현 지도부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나 남북 국회 회담 등 보수층이 민감해 하는 이슈에서 너무 나가버리면, 당내 보수파에게 탈당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통합전당대회' 주장이 유효한 동안에는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행동 반경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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