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예고했다가 ‘내부 분열’ 불씨 된 김어준

이슬기 기자

입력 2018.02.26 11:15  수정 2018.02.26 12:08

"금 의원 입장에선 할 말 했다" 내분 차단 나섰지만 일파만파

온라인서 "금태섭은 안철수 참모, 축출해야"vs"손혜원이 문제"

왼쪽부터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송인 김어준 씨, 금태섭 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보수진영의 공작을 예고한 방송인 김어준 씨가 오히려 여권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됐다. 김 씨의 주장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손혜원 의원이 이견을 보이자, 지지자들까지 양측의 입장을 옹호하며 설전을 벌였다. '야권발 공작'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김 씨의 진의와는 달리 '여권발 분열'로 나타난 셈이다.

김 씨는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내 주장의 요지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는 것이) 미투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며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 미투 자체를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앞서 지난 24일 김 씨가 팟캐스트에서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섹스는 주목도 높은 좋은 소재이고, 진보적인 가치가 있다. 그러면 (특정 세력이) 피해자들을 준비시켜서 진보매체에 등장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성추행 피해자에 진영 논리를 덧씌웠다는 비판이 일파만파 거세진 상황이었다.

방송 후 금 의원이 SNS에 “피해자 인권문제에 무슨 보수나 진보가 있느냐”며 해당 발언을 문제 삼자, 다수 댓글에는 ‘난독증이 있느냐’ ‘내부총질하지 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같은 당 손 의원이 금 의원을 향해 “전체 맥락과는 달리 오해할 만하게 잘라 편집해 집중 공격하는 댓글단의 공작”이라며 “전형적인 이슈몰이“라고 기름을 부었다. 금 의원도 재반박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김 씨가 “금태섭 의원 입장에서는 할 말을 한 것”이라고 감싸며 내분 차단을 시도했지만, 이미 금 의원과 손 의원의 SNS에는 각각 비난 댓글이 몰렸다. 보수진영 차원의 대여 공세는 물론, 진보진영 내부에서까지 난타전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금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참모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민주당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댓글도 잇따랐다.

한편 당내에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씨의 발언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2012년 총선에서도 김 씨와 함께 ‘나는 꼼수다’ 멤버로 활동했던 김용민 씨가 막말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역풍을 맞았고,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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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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