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미국, 발묶인 한국…더 꼬인 북핵문제 어디로 가나

이배운 기자

입력 2017.12.20 00:01  수정 2017.12.20 06:00

美 새 국가안보전략 발표“압도적 힘으로 北 대응”

한국 전술핵 및 전략자산 배치, 中에 발목 가능성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 된 것으로 보고 더욱 강경해진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취약한 안보상황이 노출될 위기에 처했다.

한반도 유사시 내놓을 수 있는 군사적, 외교적 카드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당사국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미국 “북핵문제 심각성 고조…한반도 비핵화 강제 옵션 상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8일(현지시각)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시사했다.

과거와 달리 북한 핵·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 능력이 현실화 된 시점에서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거두고 현 행정부 내에서 위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실제 북한의 핵·미사일 타격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공화당원 만찬 모임 연설에서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가 곧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전 대사는 이달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저지할 시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을 경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총사령관은 북한은 현재 ICBM 기술을 완성했으며 미국에 타격을 가하는 역량이 갖춰지기까지 약 12개월이 남았다고 관측했다. 이르면 당장 내년부터 북한 핵을 두고 한반도 긴장이 격화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한국, 유사시 외교카드 스스로 내던져

이처럼 북핵 갈등의 폭발 임박 징후가 잇따르지만 외교가는 우리 정부가 스스로 외교적 운신의 폭을 좁혔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등의 내용을 포함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미국이 대북 최후 카드로 군사옵션을 거론하고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까지 논의하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로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통한 안전보장 및 핵 자위권 옵션을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새로운 전략자산 배치에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됐다. 외교가는 회담 발언에서 중국이 전략무기 배치에 대한 압박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하며 한국이 미군 병력 증강 및 전략자산 배치를 추진할 때마다 이를 사드배치의 연장으로 인식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 외교적 스탠스가 불분명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반도 전쟁을 불용하는 ‘4대 원칙’ 합의는 대북 군사 옵션까지 고려하는 미국의 압박정책과 배치되면서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면한 상황에 따라 상대국이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단기처방’, ‘언행불일치’ 외교는 오히려 신뢰를 잃고 한반도 중대 사안에서 한국이 당사국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외교 분야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이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중국을 미국의 힘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표현했다”며 “이는 중간자적 입장을 고수하는 한국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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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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