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전북 익산 소재 공장 인수를 결정했다. 최근 화장품 부문에 비해 실적이 주춤한 생활용품 사업이 옥시 익산공장 인수로 강화될 경우 전체 실적 개선에 힘을 받을 것으로 회사는 예측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건의 자회사 '해태htb'는 이달 중순 옥시 익산공장 부지와 건물, 포장 설비 등을 인수하는 자산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옥시는 익산공장에서 '쉐리', '파워크린', '물먹는하마' 등을 생산했으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일부 제품이 단종되면서 지난달 공장을 폐쇄했다.
LG생건이 인수 대상을 '자산'에 국한했기 때문에 생산인력에 대한 고용 승계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옥시는 앞서 익산공장의 생산인력 10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익산공장 양도에 따라 고용이 종료되는 인력에 대해서는 재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LG생건은 이미 청주, 울산, 나주, 온산에서 생활용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생건이 지난 24일 공개한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생활용품 사업은 매출 4358억원, 영업이익 65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8%,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머지 화장품 및 음료사업은 성장을 이뤘다. 화장품 사업은 매출 7788억원, 영업이익 1416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7.7% 성장했다. 사드(THAAD)로 인한 한·중 관계 경색으로 면세점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으나, 3분기 면세점 매출은 소폭 성장했고 중국 현지에서 럭셔리 브랜드 매출도 101% 고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이 중국 항저우 우린인타이 백화점에 오픈한 '오휘·VDL' 매장. ⓒLG생활건강
음료사업은 매출 3941억원, 영업이익 4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1.2% 증가했다. 주요 탄산 브랜드가 지속 성장하는 가운데 ‘씨그램’, ‘토레타’, ‘갈아만든 배’ 등 비탄산 매출이 고성장의 발판이 됐다.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0.9%p 증가한 29.9%를 기록했다.
LG생건 측은 생활용품 사업 실적에 관해 "지난해 3분기에 가습기 살균제 및 치약 파동 영향으로 당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등했던 것을 고려하면, 작년 대비 올해는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지속 확대하며 상대적으로 건실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LG생건이 이번 인수를 마무리하면 옥시의 대표상품인 제습제, 표백제 생산 역량이 더해지면서 국내 생활용품 시장의 독보적인 1위를 굳힐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생활용품 시장 점유율을 보면 LG생건이 치약, 섬유유연제, 삼푸·린스, 세탁세제, 비누, 칫솔 부문에서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 사업 부문 매출이 50%를 웃도는 만큼, LG생건은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춰 안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생활용품 부문 투자를 확대해왔다.
지난해 세탁세제 브랜드 '피지'를 론칭했고, 미국 헤어케어 전문기업 '파루크 시스템즈'와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한 것은 물론 존슨앤존슨의 글로벌 구강케어 브랜드 '리치'에 대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사업권을 인수했다.
무엇보다도 주력사업인 화장품 부문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사드 이슈 영향을 가뿐히 뛰어넘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0월 현재 럭셔리 브랜드 '후'는 1조원을, '숨'은 3000억원을 지난해보다 빠르게 돌파하면서 화장품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전체 수익이 지속 증가하면서 현금 유입이 늘어, 올해 3분기 부채비율 또한 지난해 3분기 말 75.6%에서 19.5%p 개선된 56.1%를 보였다.
LG생건 관계자는 "사드 배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올해 초부터 많은 국내 기업들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화장품 뿐 아니라 생활용품 사업을 프리미엄화하는 데 집중해 외부 위험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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