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경기문화포럼 창립식에 참가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에게 1000표를 더 주겠으니 원칙대로 하자”, “‘합의대로 하지 않으면’ 이라는 것은 얘기하지 말라”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단호했다. 전날 강재섭 대표의 경선룰 중재안에 대한 수용거부를 시사했던 그는 10일 이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정리된 모습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고양여성문화회관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와 경기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경기문화포럼 창립대회를 전후해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파격적이고 단호한 문장으로 원칙합의안(8월 20만)외에는 어떤 변경안도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명박 전 시장에게 1000표를 더 주겠으니 원칙대로 하자”는 발언도 ‘실언’이 아니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 발언을 하기 전에 3~4초간 잠시 말을 멈췄다. 깊이 생각을 한 것이다.
이어진 경기문화포럼 창립축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여기 들어오기 전 기자들이 질문을 하길래 ‘얼마나 어렵게 세워놓은 당인데, 이 당이 흔들리고 공당의 원칙이 무너져 내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상대방 후보에게 1000표를 주겠다. 그러니 당 흔드는 일 그만하고 당원들이 만든 원칙대로 하자’고 제의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이날 ‘합의된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합의대로 하지 않으면’이라는 것을 얘기하지 말라”며 “합의된 대로 하면 간단히 끝나는 것을 자꾸 번복하니까 이런 것이 안 된다”고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또 강 대표의 합의안을 수용여부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종전 입장을 확인한 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 한나라당은 원칙이 없는 당이고 경선도 없다. 이런 식으로 하면 거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거부의사 시사’에서 ‘거부’입장으로 완전히 못박은 것.
이 발언이 ‘경선 불참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며 “원래 합의된 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원칙적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잇따른 행사에서 가진 공개발언에서도 경선룰 문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천명했다.
덕양갑을 당원간담회에서 “나는 원래 당원 간담회에서는 나라의 선진화 구상과 관련한 말을 주로 드리지만 오늘은 당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문을 연 박 전 대표는 “당이 단결 못하고 싸운다는 말을 듣지만 어떤 경우든지 필요하면 싸워서 이루기 위해서 노력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싸움을 좋아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나라의 원칙과 헌법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라며 “대북정책도 북한이 원칙과 약속을 어기고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싸움이 없다. 여러분은 한반도의 그런 평화를 바라느냐”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교해 자신의 현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이어 “국가보안법과 사학법을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막 밀어붙일 때 안 싸우는게 좋다는 생각으로 가만히 놔두면 우리나라와 한나라당이 지켜야 될 이념과 노선은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우리 한나라당이 지지율 7%의 바닥을 기다가 이제 겨우 국민의 사랑을 얻었는데 경선룰 때문에 문제가 불거져 당의 인식이 자꾸 나빠지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나는 당대표 시절 일부러 나와 반대 입장을 가진 홍준표 의원에게 혁신안을 맡겼고 그 분이 9개월동안 전국을 다니며 53회의 공청회를 가지며 당원들의 의견을 묻고 수렴해 만들어 합법적 절차에 따라 통과된 우리 한나라당 공당의 헌법, 당원들이 만든 헌법”이라면서 “이 룰을 갖고 지난 지방선거때 모든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에 따라 선거를 치렀다. 그때 만약 어떤 도지사 후보가 룰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바꿔달라고 있으면 바꿀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아무리 정치지만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룰을 갖고 우리 한나라당은 평화스러웠다. 원칙이기 때문에 아무도 이의 제기를 안했고 이것 때문에 시끄러웠던 적이 없었다”고 이 전 시장 측에 책임을 지웠다.
또 “나는 한 번도 룰을 바꾸자고 요구한 적이 없다. 자꾸 합의해달라고 요구해 왔기 때문에 당이 깨질까봐 한 번 크게 양보를 해 합의를 본 것”이라면서 “나는 이것으로서 끝이 난줄 알고 이 룰 안에서 승리를 위해서 뛰고 있는데 갑자기 또 바꾸자고 했다. 이젠 원칙을 바꿀 수 없다고 했더니 당헌당규에도 없는 것을 딱 들이밀고 나서면 어느 사람이 원칙을 믿고 뛸 수 있겠나”라고 중재안을 제시한 강재섭 대표와 이 전 시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오후에 열린 경기문화포럼 창립대회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이랬다저랬다 하면 원칙이 바로 설 수 없고, 결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영국의 대처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국을 확 뜯어고쳐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원칙을 지키고 그것을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이 신뢰”라면서 “세계적 유명 학자도 한국을 신뢰국가라고 하면서도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면 선진국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국민이 국가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려면 법치와 공권력을 바로 세우고 부정부패 뿌리 뽑아야 한다”며 “그리고 한번 제시한 정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법 지키는 사람이 손해보고 원칙 무너뜨리는 사람이 앞서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믿음과 신뢰가 뿌리 내려야만 한다. 그러려면 사회지도층과 정치인부터 법과 원칙을 바로 지켜야 한다. 자기 자신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그것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박 전 대표는 “나는 요즘 우리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는 심정”이라며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자꾸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과 원칙조자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을 믿어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어떻게 이 나라에 신뢰가 뿌리내리게 할 수 있겠나. 우리 스스로 먼저 원칙을 지켜야만 우리 국민들도 한나라당과 내놓은 후보를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인의 유불리가 원칙을 흔들고 규칙을 뒤집는 이유가 된다면 국민들은 그런 정당을 결코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꾸 룰을 흔드는 것은 한 개인에게는 유리할지 몰라도 당으로서는 국민들에게 큰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