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참여정부 전철 안 밟으려면 오만 대신 겸손 가져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5.14 07:30  수정 2017.06.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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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참여정부의 시즌2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권

'우리만 정의롭고 개혁적'이란 참여정부 독선 버려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국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NL과 PD 계열 출신이 나란히 국가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 안방 차지

문재인 정권의 초반 행보가 심히 우려스럽다. 청와대 비서실 구성부터 그렇다. 주사파 출신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비서실장에 임명한 건 파격을 넘어 충격이다. 전대협 의장시절 강경 반체제 운동을 주도하며 임수경을 평양 세계학생축전에 비밀리에 파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이었으나 이번 대선전에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했다.

청와대의 핵심요직인 민정수석에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임명되었다. 조 수석은 사노맹(남한 사회주의 노동자동맹)사건으로 구속되어 수감된 전력이 있다. 사노맹은 6·25이후 남한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최대의 비합법적 사회주의 혁명조직이다. 조 수석은 학생이 아닌 울산대 조교수 시절에 이 사건에 연루되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우리나라 반체제 학생운동의 양대축인 NL과 PD계열출신이 나란히 국가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 안방을 차지했다. 아직까지 임 실장이나 조 수석 모두 전향했다는 소리는 들은 바 없다.

국무총리에는 이낙연 전남지사를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 내정을 발표하며 이 총리 내정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썼던 인연을 새삼 강조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장에는 서훈 이화여대 교수를 임명했다. 지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준비한 대북통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북관계 정상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아 무방한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거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노무현의 취임사와 닮았다.

미래보다 과거를 정조준하고 있는 조 민정수석

그러나 취임 후 며칠 동안 조 민정수석이 쏟아낸 말들을 들으면 미래보다는 명백히 과거를 조준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조 수석의 첫 일성은 박근혜 정권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겨냥했다. 이미 검찰과 특검을 통해 세 차례나 수사해서 불구속 기소된 사안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겠다고 했다. 최순실 사건도 새로운 사안이 나오면 추가로 조사하겠노라도 했다.

전 정권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박형철 전 부장검사를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한 것도 예사롭지가 않다. 민심을 챙겨야할 민정수석이 미래에 대한 언급은 없다.

문 대통령 취임 이틀 뒤 고영주 방문진이사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점도 우연 같지는 않다. 문제가 된 고 이사장의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은 4년 전인 2013년 1월의 일이고, 2015년 국정감사에서 다시 이슈화되었던 문제를 이제와서 수사한다는 건 이상하다.

5·18 공식기념식에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반대한 박승춘 보훈처장은 대통령 취임 다음날 물러났다. 찬바람이 분다고 느낄 만하다.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치보복이라고 의심 살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 초기 의례적으로 입에 올리는 화합과 통합의 수사는 생략되고 정치보복이라고 의심을 살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공유한 정치집단의 집권 행보치고는 치졸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올해 내에 공사 비정규직 직원 1만명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인천공항의 경쟁력 약화와 국민 세금부담 가중을 초래하여 결국은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의 국민적 인기와 환호를 위해 너무 큰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임 교육부장관이 임명된 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작업도 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급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이 문제 역시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이념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무시한 일방적인 일처리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계승하려는 노무현 참여정부는 실패한 정권

문재인 정권이 계승하고자 하는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실패한 정권이다. 이러한 평가는 친노핵심들도 인정한 바다.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참여와 자치 분권의 정치개혁은 실패했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란 경제실험과 재벌개혁도 실패했고 부동산 가격상승과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교안보 역시 북핵개발 본격화와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우경화를 막지 못했고, 큰 소리 쳤던 동북아 균형자론도 좌절되었다.

참여정부의 패인 중 하나, 우리만 정의롭고 개혁적이란 독선 때문

참여정부가 실패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만 정의롭고 개혁적이란 독선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한 지나치게 이념에 매몰되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고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된 것이다.

피땀 흘려 이룩한 산업화를 "정의가 패배하고 불의가 득세"한 청산하여야 할 과거로 단정짓고, 이념에 몰두해 배고픔보다는 배아픔을 해결하려다 실패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 초반 행보는 국민적 지지가 높은 집권초반에 속전속결로 자신들이 설정한 개혁 어젠다들을 밀어붙일 의도인 듯하다. 이는 과거 참여정부가 시간을 지체하다 여러가지 악재에 밀려 추동력을 상실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틀렸다. 노 전 대통령은 외부요인에 의해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본질적인 한계 즉 지나친 오만과 아집에 사로잡혀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에 실패한 것이다.
그런 노무현 참여정부의 시즌2를 자처한 문재인 정권이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과 더불어 나가고자 하는 자세가 요구

국내외 어려운 상황을 감안했을 때 문재인 정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겸손하여야 한다. 특히 한때 폐족을 자처했던 세력들이 와신상담하여 다시 정권을 잡은 만큼, 더욱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과 더불어 나가고자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글 / 윤종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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