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연태의 잡설> 육보시

입력 2007.04.10 10:03  수정

보시란 사전적 의미에서“절이나 중 또는 가난한 사람에게 돈이나 물품을 나누어 줌”으로 되어 있다. 보시는 재물 등을 제공하는 경우와 육체적 봉사를 하는 육보시가 있는데 우리가 본 영화 중에 "만다라"란 영화에서 수양하는 스님이 자의 손가락을 몇 개씩이나 불에 태우며 정진 수양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도하는 큰 스님은 "몸을 다 태워 성불을 했다 치자. 몸뚱이가 다 타서 없어진 그 뒤로는 무엇으로 중생에게 보시를 하겠느냐...."라고 한다.

근래에는 각종 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많은 보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길거리의 많은 어려운 사람에게 나뉘는 한 끼의 밥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 해 주는 많은 분들, 어려운 분들을 위해 자기의 시간을 쪼개 꾸준히 이발 봉사를 해 준다는 은행회원 ‘산이 그리운 웃자’님...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을 업어서 자신의 차량으로 옮겨 싣고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주는 차량봉사, 거동마저 불편한 노인들을 찾아가 목욕을 시켜주는 목욕봉사- 이 때 목욕하는 노인보다 봉사하는 사람이 더 물에 젖는다, 땀으로 목욕을 해서이다- .

기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나름대로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돈이나 물건 등의 재물을 나누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게 자신의 몸으로 직접 행하는 보시, 즉 육보시를 행하고 있다.

약간 느낌의 차이는 있지만 역사상“황진이"의 경우도 일종의 육보시라 할 수 있겠다. 황진이는 박연폭포, 서 화담과 함께 스스로를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불렀으니 그 자부심도 대단하다.

흔히 기생을 부를 때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 하여 해어화(解語花)라 하였는데, 기생은 몸을 파는 기생, 노래를 하는 기생, 시를 짓는 기생으로 크게 대별되며 황진이는 주로 시를 쓰는 기생이었다.

절세의 미모와 총명함으로 재색을 겸비 하다 보니 주변엔 늘 뭇 남성들이 한번이라도 함께 자리하고 싶어 기다리곤 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녀는 기존 사회의 권위 질서를 부정하고 자유연애, 남녀동등권 실천 등 파격적 삶을 살았고, 문학적 재능을 살려 많은 글을 남겼다.

학교 때 국어책에 소개 되었던 “어룬님”에서도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시는 밤 굽이굽이 펴리라.


하였으니 그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사랑 또한 매우 깊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 시는 그의 문학적 재능이 극에 달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그리던 님을 그려 쓴 시로서 근래 김 성태님이 작곡한 주옥같은 가곡인 “꿈길”을 보면

“꿈길”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났네
그 뒤에는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길 따라 그님을 만나러가니/ 그 님은 나를 찾으러 길 떠났네
밤마다 어긋나는 꿈일 양이면/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에서라도 보고 지고 하는 그 애틋함에 가슴 저리다.

그런 황진이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종착점에 다다랐을 때 유언을 한다. "평생 많은 남성들이 나를 만나기 위해 애를 태웠으니 죽어서라도 많은 남성들이 내 몸을 마음껏 밟고 지날 수 있도록 나를 송도 성문 밖 큰 길가에 묻어 달라."고... 이 또한 육보시 정신이 아니겠나.

우리가 잘 아는 임제 백호가 평안도 도사 부임길에 송도 성문밖 십리허에 있는 그녀의 무덤 앞에서 술잔을 따라 놓고 시조 한 수를 읊었으니, 그건 그 녀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아니려나....


청초(靑草) 우거진 골 자난다 누었난다
홍안(紅顔)을 어디 두고 백골만 뭇쳤난다.
잔 잡아 권할 이 업스니 그를 슬허 하노라


결국 이 시로 인해 공무원이던 임제는 탄핵을 받았지만, 황진이가 남긴 육보시 정신(?)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으려나(??)....

오늘부터 <김연태의 잡설> 이야기를 선보이게 됏습니다. 김연태 님은 대전에 계시는 분인데 재미나는 글이 탐이나서 부탁하여 마침내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기대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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