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는 없다?" 윤복희 논란과 해명, 씁쓸한 이유

이한철 기자

입력 2016.12.01 08:54  수정 2016.12.02 22:35

'빨갱이·사탄' 원색적 표현 자체가 '편 가르기'

"촛불 언급한 적 없다" 궁색한 해명 아쉬워

가수 윤복희의 SNS 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윤복희 SNS 캡처.

가수 윤복희가 '빨갱이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그의 해명 또한 궁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복희는 30일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합니다. 내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억울한 분들의 기도를 들으소서.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을 물리쳐주소서"라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억울한 분들'이라거나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이라는 표현은, 현 시국과 맞물려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복희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편을 가르는 일은 사탄이 하는 일"이라며 "이편저편 가르는 일 없이 다 같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취지에서 올린 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촛불'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 누리꾼들은 이 같은 윤복희의 해명에 "주어는 없다는 것이냐"며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윤복희의 해명은 자신이 촛불집회를 겨냥했다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촛불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편 가르기 없이 다 같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취지"라는 말은 해당 발언이 결국 현 시국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윤복희는 자신의 말대로 나라를 위한다거나 '편 가르기'가 아니라면, '빨갱이' '사탄'과 같은 과격한 단어가 왜 필요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편 가르기 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면서 정작 자신은 '편 가르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토론과 설득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품위를 잃은 글이나 발언은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 하더라도 설득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어가 없으니 누구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식의 변명보다 진솔한 사과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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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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