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50억 스타트…물 건너간 FA 거품 빼기?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11.17 07:27  수정 2016.11.18 07:15

올 시즌 FA 가운데 가장 먼저 계약 '4년 50억'

남은 FA 면면 봤을 때 이번 시즌도 폭등 전망

2년 연속 두산 우승에 힘을 보탠 김재호.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가 15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재호와 4년 5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4년간 계약금 20억 원에 연봉 6억 5000만 원, 인센티브 4억 원의 조건이다. 이로써 김재호는 올해 FA 취득 선수 15명 중 가장 첫 번째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됐다.

김재호는 2004년 입단 이후 줄곧 두산맨으로 활약해온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4년부터 본격적인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와 올해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급성장했다. 전매특허인 철옹성 수비력에 2년 연속 3할 타율까지 기록, 공수에 걸쳐 리그 수위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137경기 타율 0.310(129안타) 7홈런 78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고, 주장으로서 팀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 및 21년만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두산은 김재호의 뛰어난 성적과 기록 이상의 공헌도, 우승에 대한 보상과 장기적인 기대치 등을 두루 고려해 최고 대우를 보장했다.

김재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도 유격수 포지션에 해외파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이름을 올리며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인정받았다. 김재호는 지난해 ‘프리미어 12’에서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한국 대표팀의 초대 우승에 기여했다.

김재호의 FA 계약 소식은 야구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FA 시장의 과열화와 몸값 인상이 도마에 오르며 올 겨울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각 구단의 눈치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두산과 김재호가 첫 주자로 스타트를 끊은 것은 올해의 FA 시장의 판도를 가늠할 하나의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수 최고액은 지난해 4년 96억 원(NC 박석민)까지 치솟았다. 김재호의 계약은 박석민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유격수 포지션에서만 한정하면 역대 최고 계약이다.

거포들의 주포지션인 1루나 3루와는 달리, 유격수는 수비력이 더 강조되는 포지션이다. 종전 기록은 2005년 박진만이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총액 39억 원을 받은 것이 김재호에 의하여 무려 11년 만에 깨졌다.

김재호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 FA 시장에서도 몸값 현실화와 거품 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연합뉴스

물론 김재호는 현재 KBO 최고의 유격수 중 하나다. 수비력과 각종 팀 공헌도, 우승 기여도 등을 두루 고려하면 선수로서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지 3년, 리그 정상급 선수로 부상한지는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김재호와 함께 두산 내야의 주축으로 꼽히는 오재원은 지난해 4년 38억에 도장을 찍었다. 두산이 전통적으로 30대를 넘긴 내부 FA들에게 큰 돈을 쓰는 구단이 아니었음을 감안했을 때 김재호에게 상당히 후한 대우를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김재호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 FA 시장에서도 몸값 현실화와 거품 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FA 시장에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최형우 등 대어급들이 많은 데다 준척급들도 적지 않다.

프로 구단들이 FA 주요 선수들을 잡기 위해 얼마나 지갑을 열어야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프로야구 FA 시장은 올해도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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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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