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통역에게 미국 대표팀을 듣다

데일리안 스포츠 = 청춘스포츠팀

입력 2016.09.15 17:54  수정 2016.09.15 18:31
미국여자야구 대표팀과 김소민 통역. ⓒ WBSC

지난 11일 LG 후원 ‘WBSC 2016 세계여자야구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이변을 꼽자면, 미국 대표팀의 슈퍼 라운드 진출 실패다. 미국은 충격적인 탈락으로 위축 될 수 있었지만 하위 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두며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미국 팀이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친 데는 뒤에서 헌신한 조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많은 조연들 중 선수들과 함께 10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가장 가까이서 선수들을 위해 힘써준 통역 김소민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미국 여자야구 대표팀 통역을 맡고 있는 김소민이라고 한다.

- 이번 기장 여자야구 월드컵에서 통역을 맡은 것이 처음인가.

아니다. 작년에 세계 화합 대회(IUPAC)에서 사무국 분들의 통역을 담당한 이후로 이번 기장 여자야구 월드컵이 두 번째이다.

- 팀 통역을 맡게 되면 어떤 임무를 맡게 되나.

팀 통역은 매니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완벽한 통역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 통역을 맡으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들었다.

호주한테 패배하며 슈퍼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을 때, 숙소에 갈 때까지 모두 말도 하지 않고 기분이 정말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때 조나단 미국 대표팀 감독이 버스에서 “우리가 미국을 대표한 선수로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하자”라고 힘을 불어 넣어줬다. 선수들 역시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성숙하게 대처한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

- 마지막 경기에서 감동적인 은퇴식도 있었다고 들었다.

홈즈 타마라라는 소방관을 본업으로 하는 선수가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하게 됐다. 인도와의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타마라 선수가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모든 선수들이 앞으로 나가 환영해 주고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었다.

폐막식에서는 일본팀 선수들이 깜짝 이벤트도 해줬다. 일본 선수들이 직접 쓴 롤링페이퍼를 타마라에게 전달해주고, 헹가래까지 해줬다. 국적은 다르지만 스포츠로 하나 된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 선수들에게 다양한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알려 줬다고 들었다.

코치진들과 선수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먹거리와 부산의 명소에 대해서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예선전을 마치고 휴식 일에 부산의 용궁사와 사직구장에 갔다. 사직구장에서 미국 야구와는 다른 응원 분위기에 선수들이 매우 좋아했다. 코치들과는 도장과 스티커를 만드는 곳에 가서 한국식으로 자신들의 이름 스티커를 만들었는데 선수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좋아했다.

많은 언론에서 미국팀의 선전을 기대하고 주목했던 만큼, 결승에 좌절했을 때 모두 많은 절망감과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풀어주고 싶었고, 경기와는 별개로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추억을 나누고 싶어 함께 부대끼며 즐겁게 놀았던 것이 오히려 선수들과 코치진 들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 기쁘다.


부산 사직 구장을 방문한 미국여자야구 대표팀. ⓒ WBSC

- 통역사로서 갖춰야 될 자질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국에 방문하는 것이 처음인 선수단과 코치들인 만큼, 하루 24시간 동안 함께 지내며 그들을 이끌어야 하는 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어떻게 말하면 내가 알려주는 정보와 말들이 그들에게는 한국에 대한 사실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 사람의 외교관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정확한 의사 전달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불편사항은 최소화시켜주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역시 중요하다.

- 기장 세계여자야구 월드컵을 마친 후의 소감을 말해달라.

10일 동안 선수들과 같이 있었는데 헤어졌으니 조금은 아쉽다. 선수들이 준 선물들과 같이 놀았던 추억들이 많이 생각난다. 대회 이전에는 야구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선수들과 같이 있으면서 야구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다. 선수들과 헤어지면서 2년 후 다시 열릴 월드컵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약속을 지켜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

또한 각자 본업도 뒤로 미룬 채 사비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임을 알기에 그들의 열정과 성숙한 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충격적인 슈퍼 라운드 탈락. 그럼에도 미국 대표팀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라를 대표하는 사명감 뿐 만 아니라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많은 조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미국 팀이지만 결국 그들은 승패 이상의 것을 얻어갔다. 2년 후 다시 열리는 여자야구 월드컵에서 한 단계 성장한 그녀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글 = 청춘스포츠 최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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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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