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가진 오른쪽 풀백 오재석은 후반 결정적인 실수로 추격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 연합뉴스
아직까지 좌우 측면에 명확한 주전 없어 실험 통한 적임자 찾기는 계속 이어질 듯
슈틸리케호가 전문 풀백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9월 6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2차전을 치른다.
앞서 한국은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두고 이란에 이어 A조 2위에 위치했다.
특히 지난 중국전에서는 전문 원톱 공격수가 엔트리에 없었지만 3골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는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3골을 먼저 넣은 뒤 집중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2골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양쪽 풀백에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 후반 29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중국의 크로스를 오재석(감바 오사카)이 헤딩으로 걷어냈지만 이 공이 멀리가지 못하면서 위하이에게 추격골을 허용했다. 오재석의 실수나 다름없는 골이었다.
또한 이날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3분 뒤 페널티 지역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아쉬운 파울을 범했고, 이는 중국 장샤오빈의 프리킥 득점으로 연결됐다.
언뜻 보면 오재석과 장현수의 실책성 플레이로 실점을 허용했지만 이는 개인 역량의 문제이기보다는 팀의 문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로 그럴 것이 이날 두 선수의 포지션은 본인에게 익숙한 자리가 아니었다.
중앙수비수를 주로 보는 장현수는 슈틸리케호에서 최근 풀백으로 계속해서 기용되고 있고, 오재석은 양쪽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오른쪽 자리가 더 그에게 익숙한 자리다. 사실상 두 선수 모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지, 엄밀히 말하면 최고의 카드는 아니었다.
슈틸리케호에 이번에 처음 발탁된 오재석의 경우 중국전 활약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전반 20분 상대 자책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만들어 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침투해 들어가는 오재석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활약에 대해서는 다소 물음표가 붙는다.
슈틸리케호의 왼쪽을 책임져야할 김진수(사진 왼쪽)와 박주호는 최근 소속팀 경기에서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오른발잡이 왼쪽 풀백의 한계다. 중국전에서 오재석이 올린 크로스는 대부분 우리 공격수의 머리를 외면했다. 전반 막판에는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2차례의 크로스를 모두 왼발로 올렸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왼쪽 풀백의 경우 유럽파 풀백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윤석영(무적)의 부재가 컸다. 하지만 박주호와 김진수는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고, 윤석영은 현재 소속팀이 없는 상태다. 가장 화려한 이름값을 자랑하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니 아무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오른쪽 풀백은 차두리의 은퇴 이후 마땅한 후계자가 떠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중앙수비수가 주 포지션인 장현수를 계속해서 이 자리에 쓰고 있는 것은 현 대표팀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문제는 슈틸리케호의 풀백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전과 후보 선수들을 명확히 구분해 나서야 될 최종예선이지만 한국은 아직도 월드컵을 위해 매 경기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경기에서 실험을 펼칠 수밖에 없다.
당초 23명이 아닌 20명의 엔트리를 선발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2연전을 통해 모든 선수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시리아전에서는 중국전에 나서지 않았던 이용(상주 상무)이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표팀 측면 수비자리는 불과 한 경기 만에 주인이 또 바뀌게 된다. 가용 인원이 많아 누굴 써야 될지 하는 행복한 고민이면 모를까. 현재는 적임자를 찾기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평가전이 아닌 매 경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풀백 자리에 아직까지 명확한 주전이 없어 계속 실험만 반복하고 있다. 답답함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대표팀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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