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다스린 김현우, 태극기에 쏟은 금 같은 눈물

16강 모호한 판정으로 대역전극 물거품...제소 절차 돌입 등 격앙

남은 한국 레슬링 출전 선수들 위해 철회...스스로 다스리고 동메달

김현우가 리우올림픽 레슬링 동메달 획득 후 매트 위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게티이미지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김현우(28)가 판정 논란을 딛고 금메달만큼이나 위대한 동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 위에서 흐느꼈다. 뜨거운 그의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은 금 이상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현우는 15일(한국시각) 브라질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조 스타르체비치(크로아티아)를 6-4로 눌렀다.

1라운드에서 2점을 먼저 얻은 김현우는 패시브 상황에서 옆돌리기를 허용해 4점을 내줘 뒤진 채 마쳤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저돌적인 공격으로 동점을 만들어 놓고 상대를 들어 올려 뒤집기에 성공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체급을 올려 올림픽 두 체급 석권을 노렸지만 동메달로 위안을 삼았다. 런던올림픽 66kg급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차지한 순간이다.

판정 논란을 딛고 이뤄낸 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승리를 확정지은 김현우는 매트 위에 태극기를 펼친 뒤 큰 절을 올리며 흐느꼈다. 그의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는 국민들은 광복절 아침 그를 향해 “금메달 만큼이나 값진 동메달이다. 기쁨의 눈물이길 바란다. 억울함은 잊어라”며 응원했고, 현장에 있는 브라질 관중들도 김현우의 ‘스토리’를 떠올리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6강전 판정 논란 여파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답게 자신을 잘 다스렸다. 마음을 추스르고 패자부활전에 나선 김현우는 빈양(중국)을 3-1로 꺾고 동메달 결정전에 올라왔고, 이 무대에서도 힘겹게 역전승을 따내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날 만큼은 그렇게 하기 쉽지 않았다. 앞서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매트를 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가슴을 치고 터질 것만 같았던 김현우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선수들까지 위하는 마음으로 착잡한 심정을 추스르고 동메달까지 획득했다.

다시 돌려봐도 통탄할 판정이다.

김현우는 앞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16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와의 1회전에서 5-7로 졌다.

런던올림픽 이후 체급을 올려 75kg로 올라온 김현우가 정상을 놓고 격돌해왔던 라이벌이다. 블라소프는 이 체급에서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현우와의 상대전적은 1승1패. 사실상의 결승이었다. 그래서 이번 판정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상황은 이랬다. 김현우는 종료 30초 전까지 3-6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패스브를 얻은 뒤 시원하게 가로들기에 성공했다. 4점짜리 기술로 7-6 극적인 역전승을 바라보게 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심판은 2점만 인정했다.

정확하게 기술이 성공했다고 판단한 안한봉 감독은 인형을 매트에 던지며 챌린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패널티 1점만 받았다.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결과 원심을 유지하며 상대 선수에게 오히려 1점을 줬다. 챌린지 남발을 막기 위한 규정에 걸려든 것이다. 결국, 김현우는 7-6 역전승이 아닌 5-7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 후 코칭스태프는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며 제소의사를 밝혔다. 김현우 코칭스태프는 “손이 바닥에 닿았는지 여부는 관계가 없다. 모두가 4점을 말하는데 심판만 2점을 주장한다. 러시아가 레슬링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제소 서류 준비까지 마쳤지만 김현우 측과 한국 선수단은 끝내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 제소해도 승패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심판에게 징계만 주어질 것이 자명하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스스로 4점의 기술을 2점으로 인정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현우를 비롯한 한국 선수단은 차라리 그런 모양새를 택했다. 억울하지만 리우올림픽 레슬링에 출전할 남은 3명의 선수들에 대한 추가 피해 우려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김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