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칼 빼든 선수협, 팬심도 되돌릴까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8.09 10:06  수정 2016.08.09 10:07

향후 승부조작 또 벌어질 경우 20억 벌금액 조성

'공공 책임' 강조, 접대만 받아도 엄중 징계 방침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승부조작 관련,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 연합뉴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최근 야구계에서 벌어진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선수협은 8일 리베라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 자리를 열고 프로야구 계에 일어난 승부조작사건에 대한 입장표명과 향후 대책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선수협은 승부조작 사태에 대하여 소극적이고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안의 심각성과 여론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선수협은 기존의 형식적인 사과에서 벗어나 제법 구체적이고 고강도의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선수협 발표의 핵심은 승부조작에 연관된 ‘공공의 책임’ 강조다. 선수협은 KBO에 등록된 모든 선수에게 승부조작에 관련한 자진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시 강력한 제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승부조작 브로커나 관련자들과 접촉하거나 접대만 받은 선수들에게도 최대 영구제명 수준의 엄중한 징계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승부조작의 유혹이 만연한 원인이 근본적으로 국내 야구계의 공공연한 ‘스폰서’ 관행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을 의식한 부분이다.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거나 잘못된 관행을 알고도 묵과하는 행위에 대해서 철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이전에도 자진신고의무는 야구규약에 이미 포함된 부분이었지만 구체적인 징계조항은 마련되어있지 않은 게 한계로 지적되어왔다. 이번에 선수협은 자발적으로 KBO에 제안하여 승부조작 관련자들에 대한 엄격한 징계 수위와 기준까지 KBO에 제안해 야구규약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선수협은 향후 추가로 승부조작 사태가 벌어질 경우, 모든 선수들이 그에 대하여 포괄적인 공동책임을 지고 자발적인 벌금과 사회봉사활동을 이수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내부적으로 20억 원 상당의 벌금액을 조성하고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활동에 쓰겠다는 구체적인 활용방안도 전했다.

직접적으로 승부조작에 관여하지 않은 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야구계 일원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그동안 강 건너 불구경이나 꼬리 자르기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기존의 수동적인 대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결정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승부조작 사태가 그만큼 야구계 구성원들 공통의 문제라는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선수협을 대표해 사죄의 뜻을 전한 이호준(NC) 회장은 “그동안 야구선수들과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드린 점을 반성한다. 보다 확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선수협의 뼈아픈 자기반성과 혁신이 야구계에서 승부조작 문화를 근절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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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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