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승부조작 충격 "이태양 뿐이겠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7.22 12:15  수정 2016.07.22 12:18

승부조작 진화 형태 드러나...꼬리자르기식 되어서는 안돼

승부조작 혐의로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태양(사진 왼쪽)과 문우람. ⓒ 연합뉴스/넥센 히어로즈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꼽히던 프로야구가 또 승부조작 광풍에 휘말렸다.

현역 야구선수 NC 이태양과 넥센 문우람(현 국군체육부대)이 줄줄이 승부조작 혐의로 22일 기소됐다. 시인한 이태양과 달리 문우람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그가 브로커와 이태양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하고 방법과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태양은 2015년 5월29일 광주 KIA전에서 브로커에게 1회 고의 실점을 청탁받은 뒤 현금 20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선발로 3경기에서 비슷한 형태로 승부조작을 시도한 것이 확인됐다. 문우람도 비슷한 방식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해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LG 트윈스 박현준과 김성현도 승부조작에 가담, 야구계에서 영구 퇴출됐다. 하지만 야구계와 팬들은 4년 전에 비해 이번 사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에는 잘못된 제의를 받은 선수들이 고의 볼넷을 던지는 등 수동적으로 가담한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해당 선수들이 먼저 나서 승부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계와 팬들 전체가 배신감으로 치를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법도박에서 승부조작이 벌어지는 방식은 다양하다. '1회 볼넷'이나 '1회 실점', '4이닝 오버(양팀 득점 합계 6점 이상)' 등 상황별 시나리오에 따라 배팅 방식이 좌우된다.

여기서 이태양과 문우람은 브로커가 경기 일주일 전부터 승부조작 방법을 모의하고 구체적으로 의견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프로 선수들 주위에는 유혹의 손길이 많다. 사석에서 야구팬을 자처하며 선수들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고 ‘호형호제’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러한 인맥이 사실상 비공식 스폰서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유명 선수나 스타급 플레이어에게만 국한된 관행은 아니다.

문제는 신분이 불확실하거나 심지어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브로커나 조직폭력배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처음엔 선수들에게 선물과 향응 등 선심 공세를 통해 환심을 사지만 점차 관계가 깊어지면서 본색을 드러내고 선수들을 협박하거나 회유하려고 한다.

이름이 알려진 선수들은 약점이 잡혀 브로커들에게 끌려 다니는 경우도 있고, 혹은 자신의 행동이 승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쉽게 돈을 벌려다가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야구계 대응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야구계 주변을 둘러싼 생리와 관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야구인 당사자들이 뚜렷한 대책 없이 선수들 주변에 만연한 승부조작의 유혹을 안일하게 인식하다가 결국 더 큰 화를 초래한 셈이다.

국민스포츠라는 자만에 빠져있던 프로야구계가 최악의 위기에 놓이자 KBO와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등은 최근 사과문과 성명서를 통해 "엄격한 제재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팬들은 형식적인 대응에 불과하다며 분위기가 싸늘하다.

4년 전 박현준-김성현 사태 때도 똑같은 해명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근본적인 내부 개혁 없이 일부 선수 개개인에 대한 처벌로 사태를 빨리 축소하는 것에만 급급했던 것이 시간이 흘러 결국 악화된 상황으로 되돌아왔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리그와 야구인 전체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다. 이제는 일부 선수들이 직접 승부조작의 설계자로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몇몇 선수만의 문제였겠는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에는 꼬리자르기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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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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