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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카뮈 저항정신, 판도 뒤흔들 뮤지컬 '페스트'


입력 2016.07.01 10:18 수정 2016.07.04 22:46        이한철 기자

7월 22일 개막 앞두고 뮤지컬 넘버 등 첫 공개

"카뮈 저항정신, 서태지 음악과 맞아 떨어졌다"

배우 김다현(왼쪽부터), 손호영, 박은석이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스포트라이트 배우 김다현(왼쪽부터), 손호영, 박은석이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스포트라이트

서태지 음악이 뮤지컬로, 그 힘겨웠던 9년

"알베르 카뮈의 저항정신과 연대정신이 서태지 음악과 잘 맞아 떨어졌어요."

베일에 싸여 있던 서태지 뮤지컬 '페스트'가 6년여의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성공적인 개막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페스트'는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한국 대중음악의 대표음악가 서태지의 노래를 엮은 창작뮤지컬이다. 카뮈의 소설은 물론 서태지의 음악을 소재로 한 뮤지컬 제작시도는 세계 최초이기에 공연계를 넘어 문학과 대중음악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30일 서울 성동구 디노체 컨벤션에서 열린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송경옥 책임 프로듀서는 "서태지 음악이 소재로 주어졌을 때 서태지 음악과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가 필요했고, 또 서태지 음악을 어떻게 뮤지컬로 편곡해내느냐가 숙제였다"면서 "대본 작업에 특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잘 나오질 않아 포기하려는 순간 '페스트'라는 소재가 건져졌다"고 서태지와 '페스트'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송경옥 PD는 '페스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페스트'는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라 파편적이다. 그런 것들이 서태지 음악과 잘 어우러졌다"며 이 작품의 성공을 확신했다.

김성수 음악감독(왼쪽부터), 노우성 연출, 김민석 스포트라이트 대표, 송경옥 책임 프로듀서가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공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스포트라이트 김성수 음악감독(왼쪽부터), 노우성 연출, 김민석 스포트라이트 대표, 송경옥 책임 프로듀서가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공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스포트라이트

서태지, 제작진 전폭적 신뢰 "지켜보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을 뮤지컬로 올리기까지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대본을 완성하는 데만 무려 4년의 세월이 걸렸고, 공연용 대본을 작업할 적임자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건 음악의 주인, 서태지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기획 제작 총괄을 맡고 있는 스포트라이트 김민석 대표는 "서태지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건 2007년"이라며 "서태지를 매니지먼트 하는 입장에서 음악이 너무 좋고, 많은 분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음악을 총망라해 스토리로 엮어보고 싶었다"고 작품을 구상한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서태지가 음악을 뮤지컬로 편곡하는 것이 가능한지, 또 스토리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그런 와중에 송경옥 프로듀서를 만나 작품 구상을 더욱 구체화시켰고, 여러 김성수 음악감독과의 만남은 서태지를 설득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민석 대표는 "서태지가 김성수 음악감독이 작업한 음악을 듣고 '이 정도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그때부터 작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민석 대표는 또 "서태지 이 뮤지컬을 극화하는 과정에서 계속 자문을 해줬다. 너무 좋은 창작진을 모으니까 이제는 완전히 믿고 좋은 뮤지컬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우성 연출은 국내 최초 시즌제 창작뮤지컬 '셜록 홈즈: 앤더슨 가의 비밀'로 초연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그해 모든 뮤지컬 시상식을 휩쓸며 공연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두 번째 시즌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시키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카리스마 있는 연출가로 평가받고 있다.

노우성 연출은 "처음 작품 제의를 받고 알베르 카뮈라는 작가, 서태지라는 아티스트, 두 사람을 뮤지컬이란 장르에서 자연스럽고 절묘하게 만나게 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면서 "저항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적당히 행복하고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사람들이 거대한 위기에 닥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다룬다. 서태지 음악과 함께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20~30대 위주의 관객층이 형성된 뮤지컬 시장에서 서태지의 음악이 통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 시장에서 사랑받는 음악들은 대부분 서정적이고 클래시컬 한 음악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경옥 프로듀서는 "안 들어 본 곡은 있어도 듣고도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곡은 없을 것"이라며 "굉장히 대중적인 음악과 굉장히 마니아적인 음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음악이 있기에 뮤지컬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우 윤형렬(왼쪽부터), 김도현, 린지, 오소연,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이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스포트라이트 배우 윤형렬(왼쪽부터), 김도현, 린지, 오소연,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이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스포트라이트

"서태지 선배님 노래를 부르다니" 부담 속 기대감

캐스팅도 화려하다. 페스트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큰 재앙을 맞아 인간으로서 의무와 헌신을 묵묵히 수행하는 의사 리유 역에는 김다현 박은석 god 손호영, 작품에서 유일하게 캐릭터의 반전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랑베르 역에는 김도현과 윤형렬이 캐스팅됐다.

또 유일한 여자 주인공 타루 역은 오소연과 피에스타 린지, 행복유지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그룹의 CEO로 철저하게 기득권의 시스템 아래 길러진 인물인 냉철한 코타르 역은 김수용과 조휘가 캐스팅됐다.

이밖에 그랑 역을 맡은 조형균과 리샤르 역을 맡은 황석정을 비롯해 보이프렌드 정민, 신예 박준희, 김은정, 이정한 등 화려한 캐스팅이 '페스트' 초연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서태지에 대한 존경심과 부담감, 그리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전했다.

윤형렬은 "'하여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라며 "서태지 음악을 직접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영광이자 부담이다. 서태지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서를 어떻게 담아 들려 드리느냐가 가장 큰 숙제"라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손호영 또한 "솔직히 부담이 되긴 한다"면서도 "존경하는 선배 뮤지션의 노래이기 때문에 부르면서도 너무 즐겁다. 새로운 편곡으로 바뀌면서 이 음악들이 정말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걸 더더욱 즐겁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올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페스트'는 프리뷰 공연(7/19~7/21) 후 오는 22일 LG아트센터에서 2개월여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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