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끌어들이지 말라”는 민희진의 메시지가 공허한 이유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1.17 10:20  수정 2025.11.17 10:21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노영희 변호사를 통해 그룹 뉴진스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한번 대중의 시선을 모았다. 뉴진스 멤버 전원이 소속사 어도어로 복귀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민 전 대표는 “뉴진스는 다섯일 때 비로소 꽉 찬다. 불필요한 분란과 해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본질은 나를 겨냥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말길.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며 뉴진스 멤버들을 향한 분쟁의 확대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도어

그러나 민 전 대표의 이 같은 ‘아이들 보호’ 발언이 대중과 업계에서 온전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민 전 대표 자신이 하이브와의 갈등을 공론화하고 치열하게 다투는 과정에서 뉴진스는 물론이고 아일릿, 르세라핌 등 소속 그룹들을 분쟁의 한복판으로 직접 끌어들였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하이브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에 대한 뉴진스 카피 문제 제기였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내부 감사 착수 직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 스타일링, 안무, 심지어 포뮬러까지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문화적 성과 침해”로 규정했다. 이 주장은 아일릿에게 데뷔 초부터 ‘카피캣’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며, 두 그룹을 대중 앞에서 첨예한 경쟁 구도로 만들었다. 뉴진스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일릿이라는 신인 그룹을 갈등의 직접적인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민 전 대표는 갈등의 뿌리를 뉴진스의 데뷔 과정에서 찾으며, 르세라핌의 데뷔 순서와 관련된 내용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1차 기자회견 등에서 민 전 대표는 뉴진스가 하이브 최초 걸그룹으로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이 약속이 깨지고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하게 되면서 뉴진스 멤버들이 데뷔 일정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발언은 당시 활동 중이던 르세라핌에게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으며, 쏘스뮤직(르세라핌 소속사)은 해당 발언으로 인해 르세라핌이 입은 피해에 대해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분쟁의 당사자인 경영진이 아닌,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을 갈등의 서사 속에 끌어들인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또한, 갈등이 격화되자 민 전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의 감정과 상황을 하이브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는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활용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뉴진스 멤버들과, 그의 부모님들의 발언을 옮기면서 이들이 자신을 지지하고 하이브 측의 처사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뉴진스 멤버들을 단순히 예술적 결과물이 아닌, 경영권 분쟁의 ‘감정적 도구’ 또는 ‘피해자’ 프레임의 상징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낳았다.


실제 지난달 30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선고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민 전 대표를 두고 “뉴진스 독립을 위한 여론전을 펼쳤다.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민희진 전 대표의 메시지 자체는 지지받아야 하지만, 이 메시지에 온전한 무게가 실리기 위해서는 그가 앞서 경쟁 그룹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뉴진스 멤버들을 갈등의 서사에 적극적으로 포함시켰던 행동들과의 괴리를 해소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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