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간이탈자'는 tvN 드라마 '시그널'과 비슷한 소재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시간이탈자'는 꿈을 매개체로 과거와 현재의 남자가 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tvN 드라마 '시그널'이 먼저 방송되면서 개봉 전부터 김이 빠진 면이 없지 않다.
1983년 1월1일,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은 같은 학교 동료이자 애인인 윤정(임수정)에게 청혼을 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다. 2015년 1월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역시 뒤쫓던 범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지환과 건우는 가까스로 깨어나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된다.
그러던 중 건우는 1980년대 미제살인사건을 맡게 되고, 지환 역시 건우를 통해 약혼녀 윤정이 곧 죽을 운명에 처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지환은 건우를 통해, 건우는 지환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드라마 방영에 앞선 2014년 촬영된 작품이지만, 결과적으로 후반 작업을 하는 동안 후발주자로 밀려난 것이 아쉬울 법하다. 실제로 영화판 '시그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슷한 면이 상당히 많다.
'시간이탈자'는 영화판 '시그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슷한 면이 적지 않다. ⓒ CJ엔터테인먼트
다른 점이라면 임수정, 이진욱, 조정석의 멜로가 뒷받침되면서 보다 감성적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시그널'이 1980년대와 2015년의 두 남자가 무전기를 통해 각자의 사건을 해결해가는 방식이라면, '시간이탈자'는 세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곽재용 감독이 이 작품을 두고 '감성 스릴러'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다행스러운 것은 드라마를 통해 검증된 '타임슬립'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시간이탈자'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시그널' 종영 이후 비슷한 소재의 작품에 목말라 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다만 스릴러와 멜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다 보니 때때로 몰입도가 흐트러진 점은 아쉽다. 또 범인의 범행 동기나 왜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결말 또한 이렇다 할 반전 없이 평범하다.
서로의 꿈을 오가며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결국 극장을 나오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스릴러 작품으로선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임수정은 1인 2역 연기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열연을 펼친다. ⓒ CJ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하다. 특히 1983년의 윤정과 2015년 소은을 소화한 임수정의 1인2역 연기는 꽤나 반갑다. 최근 들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스릴러 작품에서 여배우의 비중이 유독 큰 작품이라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과 2014년 '은밀한 유혹'(2014)을 거쳐 '시간이탈자'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만큼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진 못해 아쉬움은 남았다.
이진욱과 조정석의 팽팽한 연기 대결도 흥미롭지만, 앞선 걸작 스릴러 작품에서와 같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진 못한다. 오히려 비밀은 감춘 듯하지만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강반장 정진영과 조정석의 동료 교사 온주완의 미스터리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비수기에 접어든 4월 영화계에서 '시간이탈자'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개봉해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주연의 '해어화'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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