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줄곧 더그아웃에만 앉아있는 볼티모어 김현수(28)가 드디어 선발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은 8일(한국시각) 캠든 야즈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김현수를 직접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쇼월터 감독은 "개막 홈 6연전이 끝나기 전 김현수를 선발 출전 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볼티모어는 미네소타와의 홈 3연전이 끝나면 곧바로 탬파베이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미네소타와의 홈 3연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한 김현수는 탬파베이전 출전이 예상된다.
다소 의외의 조치라 할 수 있다. 김현수는 이번 시범경기서 17경기에 출전, 타율 0.178(45타수 8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급기야 마이너리그서 좀 더 경험을 쌓으라는 구단의 권유를 거절, 계약서에 명시된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을 발동시켰다.
이로 인해 시범경기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경쟁자들이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했고, 볼티모어 홈팬들은 개막전 당시 김현수가 입장할 때 야유로 화답했다.
급기야 김현수를 제치고 좌익수 자리를 차지한 조이 리카드가 펄펄 날아 고립무원에 빠지고 말았다. 리카드는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571(7타수 4안타)로 볼티모어 타자 가운데 가장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김현수는 경기 승패가 갈린 막판에야 교체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야 선수 본인도 부담을 덜고 보다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입장에서도 2년간 700만 달러를 투자한 김현수를 마냥 벤치에 앉혀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쇼월터 감독의 선발 기회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대타가 아닌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킨 이상, 김현수에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체 출전의 경우, 언제 출전할지 모르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는 타격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선발 통보를 받게 되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선수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지만, 반대로 부진할 경우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
김현수가 선발로 나서 가능성을 보인다면 다시 한 번 주전 자리를 꿰찰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에 멀티히트 또는 장타 등의 인상적인 타격까지 가능하다면, 풍성해진 볼티모어 외야진은 그야말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김현수가 받고 있는 압박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구단 측이 선발 출전까지 시켜준 마당에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김현수 입장에서도 마냥 마이너행 거부권 조항을 고집하기가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데뷔전에서 부진하더라도 김현수에게는 몇 차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아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구단 측 역시 다시 한 번 마이너행을 권유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수가 마이너행을 받아들이더라도 연봉은 그대로 보전할 수 있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연착륙 여부를 가늠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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