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3일(한국시각) 스페인 캄프 누에서 열린 ‘2015-16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다. 바르셀로나 우세에 쏠린 여론을 완벽히 뒤집은 한 판 승부였다.
모든 주목과 관심은 결승골의 주인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지난 1차전 대패를 설욕한 레알 선수들에게 쏠리지만, 승리의 실질적 주역이자 수훈은 완벽한 전술로 바르셀로나를, 그것도 원정 지옥이라 불리는 캄프 누에서 격파한 지단 감독에게 있다.
공격축구를 표방하는 레알의 사령탑임에도 수비와 압박에 무게를 실은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바르셀로나에 맞선 지단 감독은 자신이 의도한 전술적 실리와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를 축으로 중원에 토니 크로스와 모드리치, 또 페페, 카르바할 등 후방 수비라인에 위치한 선수들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상대 압박과 문전에서의 수비에 적극 가담했다. 공을 뺏은 이후에는 전방에 위치한 베일과 호날두를 활용한 빠른 역습으로 득점을 노렸고, 끊기면 이들까지 헌신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후반 이른 시간에 코너킥에 이은 피케의 헤딩골으로 선취점을 내줬지만, 지단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아끼던 화력을 쏟아냈다. 이어 실점 6분 만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모드리치, 마르셀루, 토니 크로스로 이어진 역습에 전반전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쳤던 벤제마가 아크로바틱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바르셀로나 골망을 열어젖혔다.
기다렸던 득점이 터졌음에도 레알은 방심하지 않고 수비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렸고, 세계 최고의 위용을 자랑하는 MSN 라인을 끝끝내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주장 라모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빠졌지만 한 명이 부족한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과 패스워크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었고, 이는 정규시간 종료 5분을 남겨두고 터진 호날두의 역전골로 이어졌다.
이날 승장이 된 지단 감독은 그 누구보다 짜릿한 환희를 느꼈다. 선수 시절 엔리케 감독과 마지막으로 맞붙었던 2004년의 패배를 12년 만에 되갚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단 감독은 엔리케 감독이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른 2003-04시즌 엘 클라시코 2차전에서 1-2로 패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단 감독은 역사적인 기록에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 레알에 부임한 감독 중 엘 클라시코 ‘데뷔전’에서 승리한 세 번째 감독이 되었다. 페예그리니, 무리뉴, 안첼로티 등 쟁쟁한 명장들도 첫 엘 클라시코에서는 모두 패했다.
‘실패한 시즌’이라는 오명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던 레알이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남은 시즌 반전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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