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점과 수비불안의 두 얼굴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3.28 08:24  수정 2016.03.28 09:12

태국 원정서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위업

좌우 풀백 등 수비 불안...강팀과 경기 우려

[한국-태국]슈틸리케호의 가장 큰 고민은 좌우 풀백이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태국을 꺾고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의 위업을 달성했다.

슈틸리케호는 2014년 출범 이후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늪축구’를 선보이며 아시아 강호로서의 면모를 회복했다. 지난해 경기당 0.2실점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 209개국 중 최소 실점률 1위에도 올랐다.

하지만 결과와 내용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레바논-태국과의 2연전에서 보여준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은 승리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아쉬움이 더 컸다. 오히려 무실점 기록 뒤에 가린 슈틸리케호의 불안 요소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더 컸다.

현재 슈틸리케호의 가장 큰 고민은 좌우 풀백이다.

오른쪽 수비는 차두리의 은퇴 이후 대체자를 찾지 못해 센터백 장현수를 임시 풀백으로 돌려쓰고 있다. 장현수가 2차 예선에서 무난한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문 풀백이 아니라서 한계가 있는 데다 강팀을 상대로 통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A매치에서 오재석을 새롭게 불러 점검해보려고 했지만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고 대타로 합류한 김창수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왼쪽 수비는 자원이 풍부한 편이었다.

그런데 주전경쟁을 펼치던 김진수와 박주호가 나란히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며 경기력이 동시에 뚝 떨어졌다. 또 다른 유럽파 풀백자원인 윤석영도 2부리그에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김진수, 태국전에서 박주호를 가동했지만 둘 다 경기감각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했다.

이번 2연전에서 슈틸리케호는 장기인 측면 공격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슈틸리케호의 좌우 날개중 손흥민이 올림픽팀 와일드카드 차출 문제로 이번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지동원은 부상으로 낙마했다. 유일하게 합류한 이청용도 김진수-박주호와 마찬가지로 경기감각이 떨어진 상황.

풀백들이 불안한 가운데 측면 날개들마저도 제 컨디션이 아니다보니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데 제약이 많았다.

그나마 중앙수비는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조합 문제로 접어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홍정호-김영권, 곽태휘-김기희 등 다양한 조합을 테스트했지만 안정감이 부족했다.

빌드업이 되면 파이팅이 부족했고, 파이팅이 넘치면 스피드가 떨어지는 약점을 드러냈다. 실제로 골키퍼 선방이 아니었으면 실점해도 할 말이 없을만한 위기 상황을 여러 번 노출했다.

슈틸리케호가 무실점 기록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골키퍼들의 활약이 컸다. 레바논전 김진현에 이어 태국전에서도 몇 차례 결정적인 선방을 보여준 김승규의 활약이 빛났다.

9경기 연속 무실점은 물론 대단한 기록이다. 그러나 상대팀들의 수준이 대부분 아시아의 약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다가오는 6월 스페인-체코와의 평가전을 비롯해 9월부터 시작되는 최종예선에서 앞으로 점점 강한 상대를 만나야하는 슈틸리케호. 약팀을 상대로 했던 무실점 기록만 돌아봐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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