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결코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만에 알파고로부터 항복을 얻어냈다.
앞서 1~3국에서 내리 패했던 이세돌 9단은 이번 매치 패배가 확정됐지만,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알파고를 상대로 감격적인 첫 승을 따내는 불굴의 의지를 선보였다. 이제 이세돌 9단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5일 알파고와 마지막 제5국을 치른다.
이미 패배가 확정된 상황이지만 이세돌 9단은 단 1승이라도 따내기 위해 밤을 세워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초연해진 이세돌 9단 앞에 알파고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세돌 9단은 이번 4국에서 양쪽 두 귀를 점령하고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는 실리작전을 전개했다. 그러자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든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가운데로 유인했다.
오히려 침착해진 이세돌 9단은 장고 끝에 알파고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집 안 쪽에서 수를 내며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78번째 수를 중앙 흑 한 칸 사이에 끼웠다. 그야 말로 신의 한 수 였다.
이에 알파고는 79수로 늘어 두었으나 명백한 실수였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의 수가 허를 찌르기 충분했다. 이때부터 알파고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의문 수를 남발했다. 오히려 자신의 집을 깨면서 까지 이세돌 9단에 큰 집을 마련해줬다.
물론 안심할 수 없었다. 승리를 확신했던 지난 2국에서도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크게 파놓은 함정에 서서히 말려들어갔다. 각 TV 채널에서 해설을 맡은 프로바둑기사들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내놓으며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세돌 9단은 끝까지 침착했다. 특히 제한시간 2시간을 모두 써 초읽기에 들어갈 정도로 이세돌 9단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만큼 집중력이 높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세 차례 주어지는 1분 초읽기를 2번이나 사용한 이세돌 9단은 신중을 거듭하며 한 수 한 수를 둬나갔다.
결국 180수에서 “알파고 포기합니다(AlphaGo resigns)”라는 팝업창이 나왔다. 불계패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알파고는 지금까지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을 비롯해 첨단 인공지능프로그램과 500번 대국해 499승을 거둔 바 있다. 첫 패는 다른 프로그램과의 맞대결 패배였고, 오류 부분은 이내 수정됐다. 인간을 상대로의 첫 패배는 이번 이세돌 9단과의 4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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