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민 "힘들었던 '금사월' 얻은 것과 잃은 것"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3.09 09:09  수정 2017.12.01 17:05

강찬빈 역 맡아 백진희와 호흡…열애설 휩싸이기도

"야구선수 거쳐 뮤지컬 데뷔, 빛나는 배우 되고파"

배우 윤현민은 최근 종영한 MBC '내 딸, 금사월'에서 강찬빈 역을 맡아 열연했다.ⓒ엔터테인먼트아이엠

10년 동안 야구선수로 달려온 한 청년은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 질풍노도 시기를 만났다. 야구 유니폼 뒷주머니엔 항상 '사직서'가 있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그라운드에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부상도 이어졌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머리 좀 식히자는 생각에 본 뮤지컬 한 편은 청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배우로 인해 울고, 웃는 관객들은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세상 어느 것보다 무대 위 배우가 커 보였단다.

시즌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2년간 연기 수업을 받았다. 이후 2010년 자신의 인생을 바꾼 뮤지컬 '김종욱찾기'(2010) 주연으로 무대에 섰다.

조연부터 시작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영화 '투혼'(2011), '그래도 당신'(2012), '무정도시'(2013),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2014), '마녀의 연애'(2041) '연애의 발견'(2014), '순정에 반하다'(2015) 등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5년 만에 지상파 주연이라는 꿈을 이뤘다. 최근 종영한 MBC '내 딸, 금사월'의 윤현민(30) 얘기다.

배우 윤현민은 최근 종영한 MBC '내 딸, 금사월'에서 백진희와 호흡을 맞춰 연인 연기를 했다.ⓒ엔터테인먼트아이엠

"백진희와 멜로 사라져 아쉬워"

4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윤현민은 말수가 없고 조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얘기를 조곤조곤, 막힘 없이 들려줬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고 진솔한 말이 나왔다.

그는 드라마 출연 전보다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종영 이후 이어진 인터뷰 일정에 지칠 법도 한데 이 배우는 "제 얘길 들어주시는 거니까 너무 좋아요"라며 웃었다.

김순옥 작가의 '내 딸, 금사월'(금사월)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다. 전작 '왔다! 장보리'보다 더한 집중포화를 맞았다. 개연성 없고 자극적인 전개, 헐거운 이야기, 줏대 없는 캐릭터 등이 그 이유였다.

중견 배우들은 그렇다 치고 윤현민, 백진희, 박세영 등 젊은 배우들은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배우들의 고통은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몰입이 안 된다", "연기가 왜 저러냐"라는 혹평이 이어졌다.

극 중 보금건설 후계자 강찬빈 역을 맡은 윤현민은 금사월 백진희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연기했다. 초반 티격태격 풋풋한 사랑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부모와 얽힌 관계로 이별해야 했다. 마지막회에서 두 사람은 '남매'가 된다. 찬사(찬빈+금사월) 커플을 응원하던 시청자, 그리고 배우로서도 아쉬운 부분이다.

윤현민은 "마지막회에서 찬빈이가 사월이를 바라보는 장면에선 동생이 아닌 여자로 보는 눈빛이 드러난다"며 "50부가 아닌 60부, 70부까지 했으면 아마 찬빈이와 사월이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웃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결말을 원했을까. "초반에 사월이랑 알콩달콩 지내는 장면이 좋았어요. 풋풋하게 표현하려고 진희와 연구하기도 했어요. '찬사 커플'이라는 애칭도 얻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희미해져서 아쉬웠죠. 둘이 됐으면 좋았을텐데..."

최근 종영한 MBC '내 딸, 금사월'에 출연한 윤현민은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고 밝혔다.ⓒ엔터테인먼트아이엠

윤현민이 꼽은 강찬빈의 매력은 '일편단심'이다.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가 마음에 들었다고. 그랬던 찬빈은 후반부로 갈수록 흔들린다. 이랬다저랬다 줏대 없는 남자로 변질된 것.

윤현민은 "찬빈이의 매력이 사라졌을 때 캐릭터를 표현하기 힘들었다"며 "여러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찬빈이를 풀어내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토로했다.

지상파 첫 주연, 득과 실

'금사월'을 통해 지상파 첫 주연을 꿰찬 윤현민은 "김순옥 작가님을 믿고 출연했다"고 했다. 전작 종영 후 절친 정경호와 뉴욕 여행을 다녀온 윤현민은 김 작가와 바로 만났다. 당시 김 작가는 윤현민의 작품을 모조리 봤다고. 출연을 망설이던 그는 스타 작가의 러브콜에 바로 '응답'했다.

'금사월'은 8개월간 대장정이었다. 작품을 통해 잃은 게 있냐는 질문에 윤현민은 "건강?"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긴 호흡으로 끌고 가는 캐릭터를 처음 맡은 그는 촬영 내내 샐러드로 밥을 대신했다고. 허리 사이즈는 2인치나 줄었단다. 종방연 끝나고 손톱을 보니 푹 들어가 있었다. 인터뷰 당시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탓이었다. 촬영할 때는 원래 식사량을 줄인다는 그가 안쓰러웠다. 스트레스는 언론의 집중포화로 인해 생겼다. 막장이라는 꼬리표는 떼려야 뗄 수 없었다.

"'금사월'의 장점인 빠른 전개를 안 좋게 봐주신 분들도 있어요. 개연성 문제도 나왔고요. 연기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에요. 극의 스피드를 따라가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아마 모든 배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흔들리던 그를 잡아준 사람은 선배 전인화와 손창민이다. "생략된 부분들을 상상해서 연기하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제가 놓친 부분들도 잡아주셨고요."

김 작가는 무슨 말을 했을까. 윤현민은 "연락을 드릴까 했는데 당시 질타를 받았던 때라 못했다"며 "작가님 역시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셨을 것이다. 드라마가 너무 많은 비난을 받아 나 역시 안타까웠다"고 했다.

최근 종영한 MBC '내 딸, 금사월'에 출연한 윤현민은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무대에 다시 오르고 싶다고 밝혔다.ⓒ엔터테인먼트아이엠

윤현민은 '금사월'로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당시 김 작가가 울먹거리면서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고. "작가님을 보고 저도 속상했답니다. 어쨌든 작가님을 통해 '금사월'에 출연했고 큰 상도 받았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김 작가의 작품에 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잠시 머뭇 거린 그는 "어...글쎄요. 같이 하자고 하실까요?"라는 답변을 내놨다.

윤현민은 상대 역 백진희와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촬영을 기다리던 던 중 스태프, 배우들과 가구 매장에 갔을 때 사진이 찍혔다"며 "서로 웃어넘긴 해프닝"이라고 했다.

백진희에 대해선 "천성이 착한 사람"이라며 "나보다 어리지만 상대 배우를 배려하는 좋은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호평을 받던 백진희는 '금사월'에서 연기력 논란 등 혹평을 얻어 마음고생을 했다.

"안 좋은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아팠어요. 진희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안면 마비로 아프기도 했거든요. 얼굴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중포화를 맞았으니 보는 입장에서 안쓰럽고 짠했어요. 세영이도 '장보리' 연민정과 비교당하면서 부담감을 느꼈을 거예요. 다들 힘들어했답니다."

힘들었던 '금사월'은 윤현민에겐 각별하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한 배우로서 성장한 작품이라고 배우는 정의했다. "스트레스를 받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달은 점이 많아요. 촬영장 분위기를 이끄신 손창민, 전인화 선배를 보고 많이 배웠어요. 드라마 시작 전과 후를 비교하면 한 뼘 성장한 듯해요."

"과연 내가 잘했을까" 자문한 윤현민을 위로한 사람은 팬이었다. 쫑파티 끝나고 팬 카페에 올린 글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윤현민은 우리의 배우였는데 이젠 모두의 배우가 됐네요." 8개월간 과정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마음이 '울컥'했단다. 모든 걸 위로받은 느낌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최근 종영한 MBC '내 딸, 금사월'에 출연한 윤현민은 남자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엔터테인먼트아이엠

멋진 40대 배우를 꿈꾸며

야구 선수를 하다 연기자로 방향을 튼 윤현민의 끼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듯하다. 아버지는 운동선수, 어머니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야구 선수 출신이라는 얘기가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자 "예전에는 연기 전공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싫었는데 요즘은 아무렇지 않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했을 때 조바심이 들지 않았을까. "오래 했던 야구를 그만두고 배우가 되고자 한 건 엄청난 결심이었어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10년 후 이름이 알려지겠지'라고 생각했죠. 남들처럼 무명 시절이 길 줄 예상해서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왕 연기할 거면 평생 연기하자고 다짐했어요."

그의 말마따나 윤현민은 최근 2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캐스팅 제의가 왔다는 거에 감사할 뿐이라고, 바쁘게 일해서 힘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금사월'로 대중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선 그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며 "카메라에서 뛰어놀면서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드라마, 영화도 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 다시 서고 싶어요. 세 목표를 다 이룰 수 있다면 성공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물오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답니다."

진중하고 반듯한 이 청년, 서른 살을 갓 넘긴 윤현민이 꿈꾸는 삶이 꽤 궁금해졌다.

"스무 살 중반에 연기자를 꿈꾸면서 서른 살 제 모습이 궁금했어요. 빨리 서른이 돼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 근데 막상 서른이 되니까 별거 없는 거예요. 앞으로 남은 30대를 후회 없이 보내서 멋있는 40대를 마주하고 싶어요. 남자 냄새가 나고 연륜이 묻어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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