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통산 129세이브를 거둔 사사키는 가장 성공한 일본 출신 불펜 투수다. ⓒ 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오승환의 도착지는 세인트루이스였다.
세인트루이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에서 오승환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승환의 계약기간은 1년이며 옵션 충족 시 1년 더 연장되는 조건이다. 다만 구체적인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연봉 500만 달러 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보다 큰 액수를 받게 된 이유는 역시나 일본을 평정했던 특급 마무리라는 점 때문이다. 존 모제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은 오승환 영입 이유에 대해 “그의 성공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우리를 매료 시킨 확실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오승환을 스카우팅하는 과정에서 우리 나름대로 설정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 지켜봤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로써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구원왕을 차지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7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 2년간 한신 유니폼을 입었던 오승환은 일본 통산 4승 7패 80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고,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 1위에 올랐다.
오승환에 앞서 일본 구원왕 출신의 메이저리거는 모두 6명이었다.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를 시작으로 다카쓰 신고, 오츠카 아키노리, 이가라시 료타, 후지카와 규지가 그들이다. 공교롭게도 빅리그에서 성공한 투수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강속구 투수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90년대 중후반 선동열과 구원왕 경쟁을 펼쳤던 사사키는 2000년 시애틀에 입단해 그해 신인왕을 차지, 메이저 통산 129세이브를 거둔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사사키는 직구 최고 구속이 150km 중반 대까지 나온 강속구 투수였지만 그의 주무기는 다름 아닌 스플리터였다. 빠르게 홈플레이트를 향하다가 타자 무릎 부근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떨어지는 각이 예리해 ‘The Fang(송곳니)’로 불렸을 정도다.
샌디에이고, 텍사스에서 안정적인 불펜 자원으로 활약한 오츠카(4년간 13승 15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2.44)는 90마일이 겨우 넘는 직구였지만 뛰어난 제구력, 그리고 슬라이더의 날카로움으로 승부한 투수다. 여기에 독특한 투구 폼은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데 유효 적절했다.
일본 구원왕 출신은 아니었지만 불펜 투수로 성공적인 빅리그 커리어를 하세가와 시게토시, 사이토 다카시, 우에하라 고지 등도 볼이 빠른 투수들이 아니다. 이들은 구속보다 제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스트라이크존을 예리하게 넘나드는 변화구로 큰 재미를 봤다.
일본 출신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반면, 강속구 투수들인 후지카와와 이가라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오승환 이전, 한신의 수호신이었던 후지카와의 경우 부상 여부를 떠나 150km 중후반대의 불꽃 직구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고 말았다.
후지카와는 여러 모로 오승환과 닮은 점이 많다. 2007년 46세이브로 일본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 보유자인 후자카와는 직구에 대한 믿음이 대단한 투수다. 특히 오승환과 마찬가지로 평균 이상의 직구 회전수가 독보적인데 이로 인해 구속 이상의 구위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배트 스피드가 훨씬 빠르고 힘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후지카와의 직구는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후지카와는 미국에서의 3년간 1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5.74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채 일본으로 유턴했다.
물론 오승환은 후지카와에게 없는 담대한 배짱이라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대표팀과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약했던 후지카와는 큰 경기 울렁증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오승환은 돌부처라는 별명에 걸맞게 언제나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이라는 점도 부담을 덜 수 있는 대목이다. 세인트루이스는 트레버 로젠탈이라는 확실한 특급 소방수를 보유 중이다. 모제리악 단장이 밝혔듯 오승환의 보직은 로젠탈에 앞서 8회에 등판해 불을 끄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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