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 출신으로 선수 시절부터 코치-감독을 거쳐 삼성에서 활약해온 진정한 오리지널 프랜차이즈 스타며 지도자로서도 KBO 역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삼성 왕조의 시작과 끝에 류중일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경력에도 류중일 감독은 종종 상반된 평가가 따라다닌다. 좋은 선수들과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쉽게 성적을 냈다는 오해 아닌 오해다.
물론 류중일 감독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서 감독생활을 시작하고 성적을 낸 것은 맞지만, 바로 그러한 삼성의 시스템 야구를 완성시키는데 가장 최적화된 지도자로 류 감독의 공로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정한 평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당한 충격적인 참패는 류중일 감독은 물론 삼성에도 큰 상처로 남았다.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 등 주력투수 3인방이 도박파문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삼성은 전력누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시리즈에서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핵심투수들의 이탈은 류 감독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무리 몇몇 주전들이 빠졌다고는 해도 지나치게 무기력한 경기력은 당대 최강으로 꼽히던 삼성 야구에 대한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엄밀히 말해 삼성의 진짜 고비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삼성은 겨울 FA시장에서 그동안 팀 전력의 핵심이던 박석민이 NC로 이적했고,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와의 재계약도 불발됐다. 지난 시즌까지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해왔던 두 선수의 공백은 삼성에 큰 타격이다. 도박파문에 연루된 임창용은 방출됐고, 안지만과 윤성환의 거취 역시 빠른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눈에 띄는 대형 선수 보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삼성은 FA시장에서 외부 영입을 단행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도 투수 앨런 웹스터와 콜린 벨레스터, 타자 아름 발디리스를 영입하며 유일하게 10개 구단 중 외국인 엔트리가 모두 물갈이 됐다.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삼성의 새 얼굴들은 이름값 면에서 에스밀 로저스(한화)나 에릭 테임즈(NC)같은 기존 거물급 선수들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어딘지 모르게 삼성답지 않은 행보다.
부자구단의 이미지가 강한 삼성의 이런 신중한 행보는 주변 환경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은 올해부터 야구단이 기존 다른 프로스포츠와 함께 제일기획 소속으로 이관됐다. 제일기획은 기존 프로스포츠의 구조적 문제로 불리는 적자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성적을 위한 무리한 투자보다는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홈구장도 올해부터 라이온스파크로 이전하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본격적인 리빌딩의 서막인 셈이다.
그 중심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진 이는 결국 류중일 감독이다. 류 감독은 지난 5년간 안정된 시스템 하에서 성적을 내는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좋은 전력이라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로 팀을 재건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류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복장이라는 수식어는 축복이자 곧 한계로 지적받았다. 올 시즌 류 감독이 보여줄 새로운 리더십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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