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지고 '스포츠인' 뜨는 20대 총선 왜?

문대현 기자

입력 2015.12.07 08:49  수정 2015.12.11 12:12

박찬호·장미란 출마설, 이만기는 출마 확실시

이에리사 "운동을 잘하면 뭐든 잘 할 수 있다"

박찬호 전 야구선수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만기 새누리당 김해시 을 당협위원장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경남 김해 벨메종 웨딩홀에서 김무성(맨 왼쪽) 대표가 주재한 김해시 갑·을 당협당직자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중앙에는 홍태용 김해시 갑 당협위원장 ⓒ연합뉴스

20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다양한 사람들의 '출마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 야구선수 박찬호와 전 역도선수 장미란 등 스포츠인의 '출마설'이 눈에 띄고 있다.

지난 3일 한 종편 프로그램은 박찬호의 내년 출마 전망을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은 "최근 부쩍 정치인의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박찬호의 다음 행보는 국회의원 출마가 아닌가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지난달 25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박찬호는 "김 전 대통령이 저를 처음으로 청와대라는 곳에 초대해 주셨다"며 "당시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다. 늘 겸손한 마음을 갖고 국민에게 사랑 받는 선수로 성장하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고 고인과의 기억을 떠올린 바 있다.

그러나 정가에선 이를 출마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역구는 자신이 나고 자란 충남 공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찬호의 출마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한화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박찬호는 이후 꾸준히 출마설이 제기됐다.

특히 강용석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10월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박찬호가 다음 번에 충남 공주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돌고 있다"며 "박찬호 본인이 좀 출마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후 강 전 의원의 장인어른이 13대 국회 당시 공주에서 활동을 한 윤재기 전 의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 발언은 더욱 신빙성을 얻은 바 있다.

박찬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서도 "공주하면 나와 박세리(전 프로골퍼)"라고 말해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지난 2008년에는 한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서 공주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공주 출생이며 초·중·고교를 모두 공주에서 나온 '토박이'인 박찬호는 지역에서 호감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출마를 결정할 시 충청권 선거 구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8,90년대 모래판을 주름 잡았던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내년 총선 출마가 거의 확실시된다. 그는 지난 9월 경남 김해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에 선출됐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에 따른 공석을 메꾸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 10.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무성 대표의 경남 고성군수 지원 유세에 동참하며 본격적인 정치 활동의 서막을 알렸다.

같은 날 오후 김해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김해시갑·을 당협당직자 간담회'에선 "늘 존경하고 우리 새누리당을 위해 홀로 꿋꿋하게 지켜주신 김 대표를 뵙는 게 큰 영광"이라며 "(김 대표는) 덩치도 저보다 크지만 4대개혁 공무원연금개혁, 노동개혁, 역사교과서로 어려울 때 혼자 당을 꿋꿋이 지켜냈다"고 말했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접하던 그의 이미지로 비춰볼 때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대중적인 지명도를 무시하지 못하는 선거의 특징으로 볼 때 이 교수의 출마는 내년 총선의 엄청난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이 교수는 총선 대신 김해시장 출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전 역도선수 장미란도 출마설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6월 한 매체는 '역도여제' 장미란이 친박계의 공천을 받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3년 선수 생활을 은퇴하 장미란은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높은 인지도와 뛰어난 강연 실력으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상당히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에 장미란을 초청했고 지난해 6월 현충일 기념 추도식에 참석해서는 장미란에게 '나라사랑큰나무 배지'를 직접 수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장미란을 향한 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장미란은 지난 4월을 비롯해 몇 차례 '체육인복지법'과 관련한 토론회나 공청회에 참여하기 위해 국회를 드나든 바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출마설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장미란은 언론을 통해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없고 생각도 없다. 난 정치는 관심도 없고 그저 내 할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고 부인하며 출마설을 일축했다.

지난해 2월 5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회인권포럼과 국가인권위원회,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주최해 열린 '바람직한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탤런트 최불암 씨가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최 씨는 14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빈번했던 연예인의 정계진출, 이제는 스포츠인?

앞선 시대에선 방송인들이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연예인 최초 국회의원은 탤런트 홍성우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탤런트가 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의욕을 보였고 서울 도봉구에서 3선(10대, 11대, 12대)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후 부정축재에 연루돼 타격을 입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홍 전 의원이 물꼬를 트자 연예인의 국회 입성은 더욱 빈번해졌다. 영화배우 최민수의 부친으로도 알려진 고 최무룡 전 의원도 영화배우 출신이다. 그는 경기도 파주에서 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전설적인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도 경기도 구리에서 14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는 임기를 마치며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국회를 떠난다'는 뼈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요즘 세대에겐 '꽃할배'로 더 유명한 영화배우 이순재도 14대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13대에 출마해 낙마를 경험했고 이후 절치부심해 배지를 달았다. 이 뿐 아니라 최불암, 강부자, 강신성일, 정한용, 최종원, 유정현 등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떠오르는 유명인사들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19대 국회에서는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같은당 이자스민 의원이 비슷한 부류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다문화 대표성을 인정 받아 비례대표로 공천이 됐지만 2011년 영화 '완득이'를 통해 얼굴을 먼저 알린 뒤 였다.

최근에는 김흥국, 차인표, 김제동, 정준호, 송일국 등 다수의 방송인들이 출마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중 송일국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삼둥이(삼쌍둥이) 아버지'로 대중에게 친근한 모습을 알렸고 자신이 거주하는 인천 송도의 각종 지역 행사에도 참석하며 출마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그의 모친인 김 최고위원이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말과 몸짓 등으로 대중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하던 방송인들이 국민을 대변하며 국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에 대한 흥미로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넘어 정치적인 부분에서의 영향력은 미비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이들 중 대다수는 '반짝'하는 경우가 많았을 뿐 정치력을 인정 받아 더 큰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제는 연예인 대신 스포츠인의 정계진출설이 늘어나고 있다. 상대방 또는 자신과 치열한 승부를 펼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스포츠인의 모습은 때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올림픽, 월드컵 등 국가를 대표해 나서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국위선양을 한다는 점에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탁구로 세계 평정했던 이에리사 의원 "스포츠인의 정계 진출, 국민에게 자신감 심어줄 것"

탁구선수 출신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국민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스포츠가 많이 부각이 돼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을 거둔 바 있다.)

과거에 비해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스포츠가 국민들 피부에 와 닿게 되고 일부 스타플레이어들이 연예인에 버금가는 대중적인 호감도를 갖게 되는 것이 자연스레 출마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스포츠인들이 정치권에 들어오게 되면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친근감을 줄 수 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일부 인기종목에 가려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체육인을 위한 입법 활동을 펼치는 것은 후배 체육인들에게도 엄청난 사기 진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과거 국민들에게 스포츠인의 이미지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학창시절 때부터 오로지 승리만을 바라보고 육체적인 활동에 매진하다보니 학업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갖게된 생각이다. 그러나 요즘은 스포츠인 중에서도 석사나 박사 학위 소지자가 적지 않다. 예전의 이미지와는 분명 달라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 의원은 "운동만 하다 정치권에 들어오면 일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지만 나는 운동을 잘하면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본인의 준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나씩 차근차근 배우면서 해 나가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스포츠인의 출마설에 대해선 "이만기 씨의 출마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박찬호와 장미란의 출마는 금시초문"이라며 "특히 장미란의 경우 내가 직접 물어봤는데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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