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한국야구위원회)는 24일 오전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롯데 손아섭에 대한 포스팅 결과,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 받고 이를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이대로 끝나게 됐다. 앞서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6일 KBO를 통해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했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각 구단들에게 손아섭 입찰을 통보했고, 24일 오전 7시 KBO에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통보했다.
구단 측은 금액을 전달받기 전 장고에 들어갈 뜻을 밝힌 바 있다. 롯데 구단은 “하한선을 정하지 않았다. 입찰액을 받은 뒤 내부 회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입찰한 구단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은 손아섭을 포함해 롯데 구단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당초 미국 언론들은 손아섭이 포스팅에 나서자 강정호와 비슷한 수준의 액수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NBC 스포츠는 손아섭의 최고 응찰액이 5~600만 달러 선이 될 것으로 예측했고, CBS 스포츠는 아예 볼티모어를 포함한 5개 구단 정도가 관심을 나타내고 있음을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KBO리그 출신 첫 외야수의 포스팅 도전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2012년 포스팅에 이름을 올렸던 아오키 노리치카(33)와 직접적인 비교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아오키의 포스팅 액수는 250만 달러였다.
그러나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손아섭이 즉시 전력감이 아니라고 판단, 그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굴욕과도 같은 ‘무응찰’ 결과도 충격이지만 메이저리그가 보는 눈은 냉정하면서도 정확하다는 점이 새삼 확인된 순간이기도 하다.
사실 손아섭은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자이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배트에 공을 맞추는 콘택트 능력은 뛰어나지만 파워와 수비, 주루, 선구안 등 그 외의 능력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감이 아니란 분석 때문이었다.
일본 출신 야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사를 살펴봐도 적당한 답이 나온다. NPB에서 메이저리그로 넘어간 최초의 야수는 스즈키 이치로다. 이치로는 2000시즌이 끝난 후 포스팅 시스템을 거쳤고, 원 소속팀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1312만 5000달러를 안기며 시애틀로 이적했다. 계약조건은 3년간 1400만 달러. 당시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첫해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휩쓸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치로가 성공하자 약속이라도 하듯 야수들의 러시가 이뤄졌다. FA 자격을 얻은 마쓰이 히데키가 2003년 뉴욕 양키스와 3년간 2100만 달러로 잭팟을 터뜨렸고, 이듬해 마쓰이 가즈오 역시 뉴욕 메츠와 3년간 201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정점은 2007년 FA 자격을 얻어 4년간 4800만 달러에 계약한 대형 외야수 후쿠도메 고스케였다.
하지만 성공이라 부를만한 선수는 이치로와 마쓰이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타격에서 뚜렷한 한계를 보였고, 수비에서도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다. 이후 일본 야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좋은 대접도 받지 못할뿐더러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다.
이는 KBO리그에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는 부분이다. 류현진과 강정호의 연착륙으로 메이저리그는 보다 가까이 다가왔지만 그렇다고 벽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손아섭이 빅리거로서 매력적이지 않을뿐더러 포스팅 액수까지 쏟아 부으며 영입할만한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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