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짊어진 K리그의 무게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11.11 11:41  수정 2015.11.11 19:46

내년 시즌 리그 3연패, ACL 우승 기대감

리그 주도하는 빅클럽 3~4개팀 나와야

K리그 2연패를 달성한 전북 현대.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는 명실상부한 현재 K리그의 최강자다.

최근 2연패 달성 포함 7년 사이 4번이나 K리그 정상에 올랐으니 ‘왕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1등은 종종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 된다. 처음 1등을 할 때는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것이 계속되면 어느새 그 노력의 가치는 줄어들고 마치 1등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한다. 1등을 지켜야한다는 압박감, 1등만이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면 ‘엄살’, ‘배부른 소리’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최강희 감독과 전북은 언제부터인가 바로 그런 1등의 딜레마에 시달렸다. 2005년 부임 이래 전북을 K리그 최고 명문으로 조련해내며 ‘닥공’이라는 브랜드까지 창조해낸 최 감독이지만, 올 시즌에는 유독 전북의 축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 감독은 올시즌 전북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공격축구로 대표되는 본연의 색깔을 잃었고, 팀 전력도 당초 구상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어긋났음을 아쉬워했다.

최강희 감독이 갓 부임하던 시절의 전북은 K리그에서도 그저 평범한 지방구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전북은 명실상부하게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의 위치에 올라섰다. 자연히 최강희 감독이나 팬들이 기대하는 전북 축구에 대한 눈높이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전북은 어떤 의미에서는 외로운 챔피언이다.

전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구축하면서 K리그 우승 경쟁이 지루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다른 구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에 과감한 투자로 선수영입을 주도한 전북이 성과를 내는 게 당연한 것으로 쉽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최 감독이나 전북으로서는 서운한 일이다.

전북의 독주는 K리그 다른 팀들의 하향평준화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기본은 투자이고, 정도를 걸었던 전북이 성과를 낸 것은 필연이었다.

전북과 함께 K리그를 이끄는 빅 클럽이면서 전북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수원, 서울, 포항 등 기존 명문들의 부진이 더 아쉬운 일이다. 리그 내에서 자극이 되는 경쟁자의 부재는 전북으로서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적시장에서는 몸값을 비싸게 불러서라도 전북으로는 이적을 시키지 않으려는 구단들도 있었다. 1인자이기에 겪게 되는 보이지 않는 텃세와 견제다.

사실 올 시즌은 전북이 1강이라고 할 정도로 독보적인 전력도 아니었다. 시즌 중반 에두와 에닝요의 이적 이후 전북은 또 다른 팀이 됐다. K리그 타 구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고 해도 전북의 전력이 결코 경쟁팀들을 크게 압도한 수준은 아니었다. ACL에서 감바 오사카에 밀려 8강에 그친 것은 불운 이전에 전북의 전력이 지닌 한계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북을 바라보는 기대치는 내년에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11년 만에 리그 2연패를 달성했으니 자연히 3연패에 대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K리그를 대표해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어느새 전북에 우승은 목표이기 이전에 의무가 돼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전력을 유지-보강하기 위한 투자는 필수다.

이는 단지 전북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K리그의 분위기나 타 구단들의 인식도 바뀌어야한다. 전북의 발전에 자극받아 자신만의 색깔과 장기적인 플랜을 찾고, 선수를 키워서 이적료 수익으로 다시 전력보강에 재투자하는 등 경쟁의식을 지닌 구단들이 나와야한다. 모든 구단들의 사정이 넉넉할수는 없지만 최소한 전북처럼 리그를 주도하는 빅클럽이 3~4팀 정도는 나와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리그의 퀄리티도 살아난다.

전북도 K리그 1인자라는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정하고 도약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다음 시즌에는 전북이 다시 몇 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느냐보다 얼마나 더 전북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더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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