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17일까지 치른 11경기에서 10승1패, 승률 9할대(0.909)의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정규리그 최단 경기 10승 달성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오리온은 이미 올시즌 개막전부터 농구전문가들로부터 이구동성으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전센터 장재석의 불법도박 징계와 국가대표 이승현의 차출 공백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은 헤인즈-문태종-김동욱 등 빅 포워드진의 물량공세를 앞세워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특히 이승현이 대표팀에서 복귀하고 외인 2인출전제가 시행된 2라운드에서는 전력이 더 두터워질 전망이다. 이승현의 가세로 오리온의 유일한 약점이던 골밑 수비와 높이 열세가 상당히 완화됐다. 외국인 선수들까지 전담 수비할 수 있는 파워와 센스를 겸비한 이승현의 존재는 헤인즈와 문태종의 체력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1라운드에서 활용도가 적었던 조 잭슨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올시즌 오리온의 뚜렷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것도 두드러진다. 지난 시즌까지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울산 모비스와 서울 SK 등 전통의 강팀들은 모두 올시즌 큰 전력변화를 맞이했다. 모비스와 KCC, 삼성 등이 현재 오리온의 뒤를 쫓고 있지만 아직 조직력이 완전치 않아 당장 따라잡기에는 벅차 보인다. 올시즌 오리온이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오리온은 대구 오리온스 시절이던 01-02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02-03시즌에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서 원주 TG(현 동부)의 돌풍과 오심 논란 등이 겹쳐 고배를 마셨고, 이후 차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김승현(은퇴)이 활약하던 시절 몇 년간의 짧은 전성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하위권을 주로 전전했다.
오리온 돌풍의 중심에는 역시 추일승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추 감독은 부임 전까지만 해도 수년간 만년 꼴찌팀이자 감독들의 무덤으로 꼽히던 오리온을 맡아서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재건하며 중흥기를 이끌었다. 한때 리그에서 가장 선수층이 빈곤한 팀으로 꼽혔던 오리온은 추 감독의 특기인 '포워드 농구'를 바탕으로 주전 라인업을 2개나 꾸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두터운 선수층으로 거듭났다.
특히 올시즌은 추 감독과 오리온이 오랜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는다. 김승현-마커스 힉스-김병철-전희철 등이 주축이 됐던 2002년 우승멤버에 비하면 베스트 5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막강한 포워드진과 두터운 선수층에서는 오히려 한수 위라는 평가다.
올시즌 추일승 감독이 팀과 자신의 오랜 숙원인 우승을 통해 지도자 경력의 화룡점정을 찍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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