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5위 싸움은 뚜렷한 하향 평준화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김용희 SK 감독(왼쪽부터)-이종운 롯데 감독-김성근 한화 감독-김기태 KIA 감독.
2015 프로야구 5강 경쟁이 점점 하향세를 타는 모습이다.
프로야구 가을잔치 와일드카드 티켓이 주어지는 5위 자리를 놓고 겉보기에 전례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마지노선 자리도 실력으로 차지하는 것이 아닌, 며칠째 등 떠밀려 마지못해 올라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SK가 롯데를 제치고 43일 만에 단독 5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하루만인 21일 SK가 KIA에 패하면서 이날 경기를 치르지 않았던 롯데가 앉아서 5위를 탈환했다. 22일에는 롯데와 두산에 덜미를 잡히면서 다시 경기가 없었던 SK에 자리를 내줬다. 또한 23일에는 SK가 넥센에 0-10으로 참패하면서 이날 우천 연기된 롯데가 5위에 올랐다.
팀당 정규시즌 잔여경기가 이제 10경기도 남지않은 상황인데 5위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5위 롯데에서 8위 한화까지의 승차는 고작 1.5게임에 불과하다. 롯데와 SK가 5위를 주고 받는 동안 침체기의 KIA, 한화도 여전히 가을잔치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더라도 '역대 최악의 5위 싸움'이라는 오명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롯데가 어부지리로 5위를 지키고 있지만 정작 팀은 최근 4연패중이다. 말 그대로 경쟁팀들의 동반 부진에 힘입어 무임승차에 가까운 5위인 셈이다. SK-KIA-한화도 기복심한 롤러코스터 행진을 이어가며 침체 늪에 빠져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느 팀이 5위를 차지하든 남은 경기에서 5할 승률 회복과 70승 고지 돌파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5강'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을 재고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야구관련 게시판이나 구단 홈페이지 등에는 5강 경쟁을 둘러싼 팬들의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향 평준화된 커트라인 덕에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은 그럭저럭 이어가고 있지만, 지루한 경기력을 이어가며 자력으로 올라 갈만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다.
물론 5강 경쟁팀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사상 첫 144경기 체제를 소화하며 선수단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정상적인 라인업을 꾸리는 것도 힘겨운 팀들이 수두룩하다. 이기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KBO은 10구단 체제 출범과 함께 올 시즌 처음으로 생긴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가을야구의 문을 넓혀서 보다 치열한 순위싸움을 유도하겠다는 계획 자체는 성공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 팬들을 감동시키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 와일드카드제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