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이적시장에서 매년 빅클럽들이 주목하는 곳이 있다. 바로 포르투갈 전통의 명문 FC 포르투가 내놓는 매물이다.
FC 포르투가 지난 12년간 이적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8억 2181만 유로, 한화로 1조 8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축구 이적시장은 그야말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값비싸게 팔리고, 처분하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도 팔리지 않는다면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돈 많은 수요자들은 보다 많은 액수를 불러 원하는 물건을 산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거나, 반대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적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개념에서 비춰봤을 때 FC 포르투는 이적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양질의 선수가 매물로 나오고 이에 눈독 들인 큰 손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포르투가 12년간 거둬들인 8억 2181만 유로의 이적료 수익은 이 부문 2위인 토트넘(약 5억 7819만 유로)과도 약 2억 4000만 유로의 차이를 보인다. 이 돈이면 역대 이적료 최고액을 기록한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을 10명이나 데려올 수 있다.
손익 계산서에서도 포르투를 따라올 팀이 없다. 물론 포르투라고 선수 영입에 게을렀던 것은 아니다. 지난 12년간 포르투가 이적시장에 뿌린 자금은 약 3억 6986만 유로(약 4878억 원)다. 이는 전체 클럽 중 23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엄청난 이적료 수익으로 그들은 4억 5195만 유로의 돈을 남겼다. 마이너스 재무 구조가 난무하는 이적시장에서 오히려 천문학적인 금액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FC 포르투에는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지난 12년간 이적시장 수익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포르투의 이적시장 행보를 살펴보면 일단 잘 사고, 잘 내다판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독특한 경영방식에서 기인한다. 기본적인 전략은 전 세계 유망주들을 헐값에 데려와 육성시킨 뒤 비싼 값에 이적시킨다는 방식이다.
포르투 구단은 빅클럽 못지않은 스카우팅 시스템을 자랑하는데 특히 남미 선수들을 주 영입 대상으로 삼는다. 스페인어 또는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말이 통하는 포르투 클럽이 낯설지가 않다.
여기에 적당한 수준의 포르투갈 리그는 유망주들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지닌다. 포르투갈 리그에서 매년 우승권에 포함되어 있는 포르투는 사실상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확보할 수 있어 큰 꿈을 품은 선수들에게는 너나 할 것 없이 몸담고 싶은 클럽이 된다. 그리고 구단은 자신들의 육성 방침에 따라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팀 성적에서도 매년 성공을 거둔다. 이렇게 다 자란 선수들은 엄청난 액수의 이적료를 안긴 뒤 팀을 떠난다.
실제로 FC 포르투는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 등 ‘빅3’가 뚜렷한 포르투갈 리그서 1975-76시즌(4위) 이후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나본 적이 없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무려 9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도 포르투의 경쟁력은 매년 입증되어 왔다. 2000년대 이후에만 UEFA 챔피언스리그 한 차례 우승과 유로파리그서는 두 번이나 최후의 승자가 됐다. 또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8강 1차전서 3-1 깜짝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포르투가 지난 10년간 챔스 무대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 횟수는 무려 6차례나 된다.
FC 포르투 주요 이적료 수입. ⓒ 데일리안 스포츠
포르투를 ‘거상’으로 만들어준 거액의 이적료 선수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포르투에 역대 이적료 최고액을 안긴 선수는 2012-13시즌 러시아 제니트로 떠난 헐크다. 맨시티와 첼시, 아스날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 승자는 제니트였다. 그가 기록한 5500만 유로(약 725억 원)는 ‘오버페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포르투는 이 액수가 아니면 꿈쩍하지 않았다.
2위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핫 아이콘’으로 등극한 콜롬비아 출신의 하메스 로드리게스다. 포르투는 로드리게스를 4500만 유로에 AS 모나코로 이적시켰지만 1년 만에 주가가 폭등, 다시 8000만 유로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3위는 한때 인간계 최강 공격수로 불린 라다멜 팔카오다. 팔카오는 2011-12시즌, 4000만 유로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고, 곧 대박을 터뜨렸다. 스페인 무대를 호령한 그는 AS 모나코에서 하메스와 다시 만난다. 그리고 지난해 맨시티에 입성한 엘리아큄 망갈라가 팔카오와 같은 이적료를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성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5위는 올 시즌, 팔카오처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새 둥지를 튼 잭슨 마르티네즈다. 마르티네즈의 나이는 결코 적지 않은 28세. 그럼에도 그의 이적료는 놀랍게도 3500만 유로에 달했다. 포르투의 장사 수완이 얼마나 뛰어난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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