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막장으로 돌아온 MBC 주말극 '아슬아슬 줄타기'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9.07 10:12  수정 2015.09.07 16:01

'엄마'·'내 딸, 금사월' 가족극 표방

첫방 시청률 성공적…자극적 소재 비판

지난 5일 첫 방송한 MBC 주말 드라마 '엄마'와 '내 딸, 금사월'이 "재미있다"와 "막장 같다"는 상반된 평가를 얻고 있다.MBC '내 딸, 금사월' 화면 캡처

지난 5일 첫 방송한 MBC 주말 드라마 '엄마'와 '내 딸, 금사월'이 "재미있다"와 "막장 같다"는 상반된 평가를 얻고 있다.

두 드라마는 시청률 20%를 웃돌며 MBC 주말극 쌍끌이 흥행을 이끈 '엄마를 울려'와 '여왕의 꽃'의 후속작이다. 전작 두 편 역시 가족극을 표방했으나 극 후반부로 갈수록 억지 설정, 급해피엔딩, 자극적인 소재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막장 드라마=시청률 보증수표'라는 공식을 입증했다.

'여자의 울려'의 후속작 '엄마'는 효도는 안 하고 유산만 탐내는 자식들을 상대로 복수전을 펼치는 엄마 윤정애(차화연)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대 그리고 나', '엄마의 바다' 등 따뜻한 가족극을 집필한 김정수 작가와 '불새'의 오경훈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막장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다만 엄마가 자식들을 상대로 복수전을 펼치는 이야기는 지난해 국민적인 인기를 끈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오 PD는 "복수전은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이라고 강조한 뒤 "노년층의 문제와 젊은 세대의 문제 등 세대별 문제를 짚으면서 가족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을 계획"이라며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오 PD의 말처럼 1, 2회 방송에서는 남편과 사별 후 홀로 4남매를 키운 씩씩한 엄마 윤정애를 중심으로 한 가족 관계를 다뤘다. 정애의 큰딸 윤희(장서희), 장남 영재(김석훈), 차남 강재(이태성), 막내딸 민지(최예슬) 등은 저마다의 삶의 방식으로 사는 평범한 가족을 보여줬다. 부유하진 않지만 소소하고, 화목하게 사는 모습을 통해 따뜻한 가족애를 표현했다.

겉으론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족에도 문제와 상처가 존재한다. '엄마'는 정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뻔뻔한 올케(윤유선)를 통해 현실감 있는 가족을 드러냈다.

공주처럼 자란 세령(홍수현)이 연인 영재가 사는 집을 방문해 헤매는 모습도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만한 내용이었다.

막장에 길든 시청자들은 "따뜻한 드라마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청자는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막장이 아닌 것 같아 재밌었다"고 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고 호평했다.

지난 5일 첫 방송한 MBC 주말 드라마 '엄마'와 '내 딸, 금사월'이 "재미있다"와 "막장 같다"는 상반된 평가를 얻고 있다.MBC '엄마' 화면 캡처

'엄마'에 이어 방송된 '내 딸, 금사월'은 첫 방송부터 휘몰아치는 전개로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얽히고설킨 출생의 비밀, 복수, 욕망 등 자극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

지난해 '왔다! 장보리'로 흥행 대박을 터뜨린 김순옥 작가와 백호민 PD의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 같은 전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백 PD는 막장 '장보리'가 연상된다는 지적에 대해 "'내 딸, 금사월'은 엄마와 딸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극단적인 전개를 피하면서 캐릭터들을 경쾌하게 풀고, 가족의 따뜻함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첫 방송에서는 금사월의 생모 득예(전인화)와 생부 민호(박상원), 그리고 민호의 친구 만후(손창민)의 삼각관계가 그려졌다.

민호와 만후는 국회의사당 설계 공모전에서 경쟁했고, 결과는 민호의 승리였다. 이후 득예와 민호의 결혼식이 예고됐고 남몰래 득예를 좋아한 만후는 일과 사랑 모두 민호에게 지고 말았다.

독기를 품은 만후는 결혼식 날 민호에게 공금횡령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민호는 누명을 쓰면서 득예와의 결혼에 실패했다.

이후 1년 후로 이어지는 폭풍 전개가 펼쳐지더니, 민호를 그토록 좋아했던 득예는 갑자기 만후의 아내가 되는 생뚱맞은 모습이 나왔다.

2회는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사라진 민호가 등장해 만후에게 복수의 칼을 가는 장면, 그리고 살인, 범죄 은폐 등 자극적인 내용이 나왔다. 방송 초반부터 숨 돌릴 틈 없이 질주한 셈이다. 무엇보다 '장보리'에서 봤던 누구나 예상 가능한 전개가 설득력 없이 이어지면서 통속극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갈렸다. 한 시청자는 "김 작가의 드라마는 일단 재미는 있지만 완성도 면에서 떨어진다"면서 "첫회에서 등장한 사건들이 부자연스럽고, 급작스러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장보리' 1회 때와 스토리가 비슷하다. 주말 밤에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했는데 처음부터 자동차 추격신 등 센 소재가 나와서 불편했다. 수위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짚었다.

한편 '엄마'와 '내 딸, 금사월'은 6일 방송에서 시청률 15.3%와 15.9%(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각각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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