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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보다 빛난 90분 축구에 대한 예의


입력 2015.09.04 09:28 수정 2015.09.04 09:29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이른 시간 승부 결정된 가운데 느슨함 없이 90분 활약

라오스 축구 이끄는 다비 감독도 “큰 도움” 엄지

[대한민국-라오스]레바논전을 앞둔 한국축구는 스코어에 상관없이 끝날 때까지 활발하게 움직였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한민국-라오스]레바논전을 앞둔 한국축구는 스코어에 상관없이 끝날 때까지 활발하게 움직였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모처럼 골 잔치를 벌이며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그 과정에서 점수와 관계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한 태도가 빛났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3차전' 라오스와 경기에서 8-0 대승했다.

손흥민 해트트릭을 비롯해 권창훈(2골), 석현준(1골), 이재성(1골), 이청용(1골)의 득점이 이어지는 동안 3만여 명의 현장 관중과 TV 중계를 지켜본 이들 모두 환호했다. 약 11분마다 1골씩 터진 셈이다. 홍철(3도움), 장현수(2도움), 기성용(1도움)의 발끝도 감각적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기록에 따르면, 대표팀이 8골을 터뜨린 것은 2006년 9월6일 아시안컵 2차 예선 대만전 8-0 승리 이후 9년 만이다. 대표팀은 승리와 실리 모두 챙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눈에 띈 부분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대표팀의 태도다. 경기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 칭찬받을 부분이다.

라오스전은 평가전이 아니다. 일부러 피파랭킹 174위의 약체팀을 불러 놓고 스스로 위안 삼은 무대가 아니라 정당하게 월드컵에 가기 위한 실전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대표팀 입장에선 1-0이든 8-0이든 승점 3점만 따면 되는 경기였다.

상대가 약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으므로 이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른 시간 골을 넣은 뒤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오는 8일 레바논으로 건너가야 한다. 레바논전을 앞둔 그런 상황에서 실제 첫 골 또한 전반 9분 이청용의 머리에서 일찌감치 터졌다.

이 모든 조건을 따졌을 때 대표팀 선수들은 느슨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절대 그러지 않았다. 자신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주전 경쟁에서 잘 보이고자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경기하는 태도는 90분 내내 달라지지 않았다. 평소 경쟁을 강화하고 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이면 곧장 대표팀에 발탁한 슈틸리케 감독의 방침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확대하면 라오스에도 예의를 갖춘 셈이다. 라오스의 스티브 다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1~2년 안에 한국이나 일본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목표는 조금씩 실력 차를 좁히는 것"이라며 "공격을 펼치면 한 골 정도는 넣을 수 있겠지만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수비를 펼칠 것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라오스 대표팀 감독을 맡은 다비 감독은 한창 팀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라오스 대표팀 또한 잉글랜드 출신의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이 터뜨린 다득점은 그 과정도 다양했다. 라오스로서는 뼈아프지만 다시 복기하고 다듬을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 분명하다.

대표팀이 처음 출전한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로 졌던 게 지금은 역사이자 축구 발전의 시발점이 된 것처럼 말이다. 실제 다비 감독은 "축구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지도였다"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털어놨다.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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