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발된 김신욱 카드, 슈틸리케 해결책은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8.07 15:03  수정 2015.08.07 15:04

활용법에 대한 딜레마, 대표팀의 오랜 고민

김신욱에 대한 고민, 앞으로도 계속될 듯

김신욱 활용법에 대한 딜레마는 대표팀의 오랜 고민이다. ⓒ 연합뉴스

김신욱 카드가 또다시 불발탄으로 끝났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면 무용지물이라는 것만 재차 확인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 중국 우한에서 벌인 일본과의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만족해야했다.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한 김신욱은 이날 일본전을 대비한 맞춤용 카드였다. 앞서 일본은 북한과의 1차전에서 장신 공격수 박현일을 앞세운 고공축구에 당하며 1-2로 패한 바 있다. 이에 박현일보다 뛰어난 장신에 발재간까지 겸비한 김신욱은 한일전에서 일본의 경계대상 1순위였다.

그러나 한국은 김신욱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일본은 1차전의 부진을 거울삼아 김신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들고 나왔다.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김신욱이 공을 잡으려고 할 때마다 무조건 파울로 끊었다. 또 공중볼 경합 때는 옆구리를 치거나 어깨로 밀치는 등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으며 김신욱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이 과정에서 일본 수비수들은 김신욱을 막다가 경고를 여러 장 받기도 했다.

동료들이 김신욱을 활용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기존의 이정협처럼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거나 포지션을 교대하는 스위칭 플레이 위주의 공격전개에 익숙해있던 선수들은, 김신욱이 문전에 버티고 있을 때 어떻게 플레이를 전개해 나가야할지 헤매는 모습이었다.

김신욱의 머리를 향해 날린 크로스들은 무의미했고 정교함이 떨어졌다. 김신욱이 받을 수 없는 곳으로 향하거나, 너무 뻔히 보이는 패스로 일본 수비수들에게 먼저 차단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김신욱은 90분 내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결과적으로 이렇다 할 소득을 남기지 못하고 경기장을 나서야했다.

김신욱의 활용법에 대한 딜레마는 대표팀의 오랜 고민이다. 197cm의 장신에 파워와 발재간까지 갖춘 김신욱은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인 타깃맨이고,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도 어느 정도 진가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김신욱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한 이유는 그가 투입될 때마다 장단점이 너무 극명했기 때문이다.

김신욱의 머리를 활용한 공중볼 다툼은 빠른 시간 안에 만회골이 필요한 상황이나 밀집수비를 구사하는 팀에게는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이다. 하지만 잘못 활용하면 '뻥축구'가 돼버린다. 이는 김신욱을 기용했던 이전의 모든 대표팀 감독들이 고민했던 공통의 딜레마였고, 아직까지도 이 문제를 타개할 전술적 해법을 찾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을 활용한 공격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정협 등 교체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끝까지 김신욱에게 풀타임을 소화하게 했다. 이는 경기결과에 대한 부담을 떠나 어떻게든 김신욱에 대한 활용법을 모색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전에서는 비록 성과는 거두지 못했어도 김신욱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과연 김신욱 사용설명서를 찾아낼 수 있을지 향후 대표팀 경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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