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농구협회는 지난달 29일 나란히 신임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발표했다. KBO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오는 11월 야구 국가대항전인 2015 프리미어12, MBC 스포츠 김동광 해설위원은 오는 9월 펼쳐질 제28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인식-김동광 두 감독은 각각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베테랑 감독들이다.
김인식 감독은 KBO에서만 980승을 달성한 명장이자,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2009 WBC 준우승 등 국제무대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김동광 감독은 실업 기업은행과 프로농구 안양 SBS, 서울 삼성 감독 등을 역임했고, 바레인과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최근 야구계와 농구계의 상황은 왠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두 종목 모두 그동안 대표팀 운영을 둘러싸고 말이 많았다. 두 종목 모두 잡음을 줄이기 위해 전 시즌 프로 리그 우승팀 사령탑이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것을 관행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올해는 촉박한 일정과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프로팀 감독들의 대표팀 겸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KBO와 농구협회는 결국 재야인사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고심 끝에 과거에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있고 각종 무대에서 풍부한 실적을 올린 베테랑 김인식과 김동광 전 감독을 추대했다.
두 감독 모두 프로 무대를 떠난 이후 현재는 맡고 있는 팀이 없어 대표팀을 이끄는 데는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야구와 농구대표팀을 둘러싼 환경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아시아농구선수권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데다 올 시즌 프로농구 초반 일정과도 겹친다.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 12도 올해 야구 시즌 장기레이스를 마친 뒤 곧바로 대표팀을 소집해야 할 만큼 선수 구성과 준비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야구와 농구는 그동안 전임감독 제도가 없었다. 축구대표팀이 오래전부터 전임감독제로 운영돼오면서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해당 종목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것과 대조된다.
김인식-김동광 감독은 명목상 전임감독이지만 올해 대회만을 위해 급하게 추대된 임시 감독에 가깝다. 앞으로도 계속 지위가 보장된다는 확신도 없다. 대표팀에 대한 부담은 부담대로 안고 만일 이번 대회 성적이 좋지 않으면 혼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단명하는 반쪽짜리 전임감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두 감독들도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휘봉을 수락한 이유는 해당 종목과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냉정히 말해 개인의 명성과 안위만을 생각했다면 '잘해야 본전, 못하면 망신'인 이번 대표팀 지휘봉을 굳이 맡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대표팀 감독을 고사한 현직 프로 감독들의 사정 역시 비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적어도 그동안 대표팀 운영에 대한 장기적인 기획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야구계와 농구계 전체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다시 한 번 원로들이 앞장서서 총대를 멨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 야구와 농구계에게 노장들에게 큰 빚을 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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