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의 증명이 필요한 챔피언, 반달레이 실바
잔혹함과 영리함의 대명사 ´고릴라 탈을 쓴 여우´로도 통하는 미들급 챔피언 반달레이 실바(브라질). 한때 실바는 헤비급의 효도르와 함께 절대강자로 군림했지만, 요즘은 그 위상이 많이 낮아진 모습이다.
´라이벌´ 아로나와의 대결에서 1승1패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 무차별급 그랑프리에서 가진 크로캅과의 대결에서는 변변한 반격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패해, 강력한 악마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이젠 실바가 동 체급의 강자들인 쇼군-아로나-노게이라 등과 링에서 붙어도 쉽게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실바는 지난 98년 ´UFC Ultimate Brazil´ 무대에서 비토 벨포트에 일명 ´불꽃펀치´ 세례를 맞고 44초 만에 초살 당하는 등 UFC 무대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프라이드 무대로 건너와서야 잠재된 기량이 만개하며 최강자로 우뚝 선 케이스.
´사모아 괴인´ 마크 헌트에 프라이드 첫 패배를 당하기 전까지 당시 일본팬들의 우상이었던 사쿠라바 카즈시를 3차례나 꺾는 등 무패 전적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 장기집권의 영화를 누려왔다.
물론, 대부분의 대전 상대가 오야마 슌고-타무라 키요시-카네하라 히로미츠-요시다 히데히코 등 일본 선수들 일색으로, 서구의 강한 도전자들과의 대결이 거의 없었다는 악평이 따라다니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실바의 격투기 전적(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갖춘 대회) 38전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일본 파이터다. 평소 100Kg이 넘는 체중을 조금 감량해 체구가 작은 동양 미들급선수들을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는 평가절하도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다.
비겁하고 진정한 강자가 아니라는 혹평 속에서도 실바에겐 주최 측과 팬들을 매료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난타전을 전개하는 화끈한 경기내용과 링에서 보여주는 쇼맨십으로 팬들을 흡입, 프라이드의 흥행보증수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바는 최근 조금씩 하향세를 드러내고 있다. 마크 헌트에 무릎을 꿇고 상성의 스타일로 꼽히는 ´아부다비의 대마왕´ 히카르도 아로나에게 참패했다. 결국, 무차별급 그랑프리에서는 크로캅의 하이킥에 넉다운되는 수모까지 당하고 말았다. 프라이드서 활약한 몇 년 동안 80%를 상회하는 통산 승률을 자랑하던 실바가 최근 7경기에서 무려 3패를 당한 것. 참담한 패배를 안긴 아로나에게는 힘겹게 리벤지에 성공했지만, 당시의 판정을 두고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을 정도로 완승은 아니라는 평가다.
과거의 악명을 되찾기 위해 ´도끼살인마´ 실바는 처음 링에 올랐던 시절보다 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할지도 모른다. 같은 팀이라는 이유로 합법적(?)으로 대결을 피할 수 있었던 쇼군은 물론, 호제리오 노게이라-알리스타 오브레임-케빈 랜들맨 등 아직까지 맞붙지 않은 미들급의 강자들을 제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악마의 도끼날은 다시 날카로워질 수 있을까? 실바의 예리한 날이 링에서 번쩍 빛나길 팬들은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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