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파워'와 아득한 축구 외교력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6.04 09:28  수정 2015.06.05 15:43

긴급기자회견 통해 FIFA회장 선거 도전 가능성 열어놔 '기대 고조'

정 명예회장 이후 '외교력' 상실..국제 축구계 한국의 입김 약해져

정몽준 명예회장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 축구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과 '공석'이 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자리가 연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FIFA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던 제프 블래터 회장이 3일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정몽준 명예회장의 FIFA 회장직 출마설이 국내 축구계를 달궜다.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정 명예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 축구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평소 블래터 회장을 FIFA 내부 비리의 몸통으로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공고히 해왔기 때문에 그에게 관심이 몰린 것은 당연했다.

다만, 정몽준 명예회장이 밝힌 '고심해보겠다' 정도의 입장 표명을 놓고 축구계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것은 따져볼 부분이다. FIFA 회장 선거는 오는 12월 이후에나 열릴 예정이다. 6개월 이상 남은 셈이다. '신중론'이 당연하지만 또 다른 인물의 FIFA 회장 선거 출마는 상상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 축구의 외교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증거다.

1994년부터 FIFA 부회장을 맡은 정몽준 명예회장은 여전히 한국 축구 행정의 처음과 끝이다. 대기업 현대를 등에 업은 재력과 정치적인 경험을 축구계 넣으면서 일부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의 향수는 아직도 한국 축구계에 남아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2007년까지 4번이나 FIFA 부회장에 선출됐으며 2011년에는 17년간 세계 축구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FIFA 명예 부회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2002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의 수장이기도 했으며 한국 측 조직위원회 실무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국 축구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통로에 항상 정 명예회장이 있었다.

이러한 경력 때문에 그가 일선에서 물러난 뒤의 빈자리가 크다. 다소 과장하자면 세계 축구계로 통하는 허브가 사라진 셈이다.

후임 회장이었던 조중현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경기인 출신이란 점을 앞세웠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물러났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을 갑작스레 경질하면서 '밀실 행정'이란 과오를 저질렀다.

특히, 2012 런던올림픽에서 나온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의 후속 처리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저자세의 굴욕적인 외교 문서를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체육계 전체를 향한 불신을 낳기도 했다. 축구계의 외교력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때다.

뒤이어 2013년부터 한국 축구의 수장이 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또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정 회장은 지난 4월30일 열린 제26회 AFC 총회에서 FIFA 집행위원에 도전장을 냈지만 4명의 후보 중 공동 최하위 득표에 그치며 떨어졌다. 이날 선거에서는 다시마 도조 일본축구협회장과 탱구 압둘라 말레이시아축구협회장이 당선됐다.

AFC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중동세에 대항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일본에도 밀린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엄격하게 말해 한국 축구계에는 FIFA 내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정몽준 명예회장 이후의 '외교력'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국제 축구계에서 한국의 입김이 약해졌다. '돈으로 샤워한다'는 말이 오갈 정도로 FIFA 회장 선거 혹은 그와 관련된 여러 알력 다툼은 현실 정치와 전혀 다르지 않다.

어쩌면 철저한 감시 기관이 없는 국제기구라는 점에서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한국 축구가 운동장 안에서의 힘뿐만 아니라 밖에서의 축구도 강화해야 할 이유다. 여전히 정몽준 명예회장이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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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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