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채, 골문이 아닌 벤치만을 지키고 있는 예지 두덱(33,리버풀)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두덱은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 승의 제물이 됐던 폴란드의 골키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두덱은 지난 1999-2000년 네덜란드 ‘올해의 골키퍼’로 선정된 것을 발판으로, 2001년 프리미어리그 전통의 명문 리버풀로 이적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 왔다. 올리버 칸(독일)-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에 이어 2005 IFFHS가 선정한 10대 골키퍼 부문에서 7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선수로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5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승부차기에서 상대 AC밀란의 마지막 키커였던 세브첸코의 슈팅을 막아내며 리버풀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당시 바뀐 룰(승부차기 혹은 패널티 킥 과정에서 키커가 볼을 차기 전에도 골키퍼가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지략을 발휘했던 장면은, 아직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 화려함과 드높았던 명성은 온데간데없다. 현재 두덱은 소속팀 리버풀에서 레이나(24, 스페인)에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고, 골문이 아닌 벤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 레이나에 주전 자리를 내준 이후 두덱 특유의 환호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2004년 리버풀에 부임한 베니테즈 감독은 두덱의 플레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새로운 골키퍼를 찾아 나서게 됐고, 결국 비야레알(스페인)에서 레이나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두덱은 벤치로 밀려나 과거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당시 두덱은 “더 이상 리버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베니테즈 감독에게 이적을 요구했다.”며, 리버풀과의 결별을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두덱은 리버풀에 묶여 있고, 제2의 골키퍼로 후보명단에만 올라있다. 올 시즌도 칼링컵 1경기만 출전했을 뿐이다.
두덱에게 올해는 치욕적인 시즌으로 남을 전망이다.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까지 당했던 두덱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엔트리서 제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폴란드 야나스 감독은 독일 월드컵을 이끌 골키퍼로 아르투르 보루츠-포마시 쿠슈차크-우카시 파비안스키를 발탁, ‘에이스’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두덱을 과감히 도려냈다.
지난 시즌은 그나마 두덱에게 ‘부활의 신호탄’을 쏠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경기 도중 레이나의 퇴장 등으로 공백을 메우게 됐지만, 베니테즈 감독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다시 벤치로 밀려나는 아픔을 맛봤다.
세계적 골키퍼라는 칭송까지 받았던 어느 33세의 골키퍼가 맞는 시련의 늪은 너무도 깊어 보인다.
-프로필-
이름: 예지 두덱(Jerzy Dudek)
생년월일: 1973년 3월 23일
신체조건: 185cm 80kg
경력: 1995~1996 소콜 티히(폴란드)
1996~2001 페예노르트(네덜란드)
2001~ 리버풀(잉글랜드)
1998~ 폴란드 국가대표
1999, 2000 네덜란드 올해의 골키퍼상 수상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