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정글의 법칙’ 알몸 드러낸 원초적 생존게임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5.03.06 21:10  수정 2015.03.06 21:15

영국 방송 ‘네이키드 앤 어프레이드’ 폭발적 화제

원시인 콘셉트, 수위 면에서 ‘정글의 법칙’ 압도

‘네이키드 앤 어프레이드’ 방송 장면. (디스커버리 동영상 캡처)

‘아담과 이브로 돌아가 태초의 야생에서 살아남아라.’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 중인 ‘네이키드 앤 어프레이드(Naked and Afraid)’는 남녀 한 쌍이 정글에서 3주 동안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그린 프로그램으로 ‘영국판 정글의 법칙’으로 불린다.

출연진은 특수부대, 운동선수, 배우 등 다양하다. 지난해 연말에는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영화 ‘더 인터뷰’의 배우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남녀는 전신 누드로 출연한다. 원시인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3주 동안 굶주리다 보면 이성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그보다 ‘식욕’에 온몸이 반응한다. 지네가 육포로 보이고 투구벌레가 땅콩처럼 보일 정도다. 야생에서는 (첨단도구 없이) 불을 피우기도 쉽지 않다. 출연진은 이틀 넘게 나무와 씨름 끝에 불씨를 지폈다.

이것만 보면 SBS ‘정글의 법칙’ 김병만 족장이 한 수 위로 보인다. ‘바누아투 편’에서 추성훈과 함께 반나절 만에 불을 피운 바 있다.

그러나 전체 그림을 놓고 봤을 때 ‘네이키드 앤 어프레이드’의 수위가 더 높다. ‘정글의 법칙’ 하드코어 버전으로, 한국에서는 이런 기획이 방송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네이키드 앤 어프레이드’는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어떻게 되는가를 관찰한다.

출연진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는 ‘맨발 통증’이다. 맨발로 정글을 누비다 보면 다치기 일쑤다. 촬영 스태프들은 뱀에 물려 생사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은 신발 없이 버티기 어렵게 됐다.

출연진은 배고픔을 참다 못 해 초식동물 사냥에 나서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밀림의 왕’ 사자조차 사냥 성공률이 10% 미만이다. 하물며 인간이 총이나 칼 없이 가젤을 사냥한다는 것은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 뒷발로 채이지 않은 게 다행이다.

출연진에게 가장 만만한 것은 열매와 곤충, 물고기 정도다. 어쨌든 출연진은 살아남는다. 활동을 최소화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불가피한 소식으로 강제 다이어트를 한다. 3주 전과 3주 후 출연진 모습의 비교는 ‘네이키드 앤 어프레이드’의 최대 매력이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도 하다.

KBS ‘용감한 가족’에서 이문식, 심혜진, 박명수, 최정원, 강민혁, 설현은 톤레샵 호수에서 5일 동안 버텼다. ‘대변’을 본 물에서 수영하고 몸을 씻었다. ‘정글의 법칙’ 김병만, 추성훈, 리키김도 (용암이 흐르는) 바누아투 화산에서 잠을 청했다.

‘네이키드 앤 어프레이드’ 또한 야생에 녹아든 인간을 조명했다. 출연진은 아담과 이브가 돼 자연으로 돌아갔다. 문명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들 세 프로그램이 보여줬다.

과연 한국판 ‘생존의 달인’ 김병만이 ‘영국판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네이키드 앤 어프레이드’를 본 시청자라면 한 번쯤 이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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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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