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발 폭풍, 지역구 축소에 새정치련 미소는?

현역 지역구 의원들간 갈등 초래, 지역대표성 약화 우려 목소리 높아

선관위안에 새정치련 의견 상당히 반영돼 문재인 "새누리당 응해라"

중앙선관리위원회가 지난 24일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내놓은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쟁점은 지역구 의원 축소이다. 지역구 의석의 일부를 비례대표로 돌리는 것은 현역 의원들간 갈등을 초래하고 지역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등 역효과만 낸다는 지적이다.

우선 선관위의 개선안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지역주의 완화와 표의 등가성 확보이다. 기본적인 내용은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6개 권역으로 배분하고, 권역별 의석수를 다시 2(지역구)대 1(비례대표)로 나눈다는 것인데, 이 경우 지역구 의원은 246명에서 200명으로 줄고, 비례대표는 54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다.

또 지역구 후보도 비례대표 후보로 입후보가 가능해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도 국회의원 당선의 길이 열린다. 이렇게 되면 호남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영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당선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것은 단기적으로 정치권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기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인구 상한선을 초과하는 각 지역에서는 많은 정치인들의 지역구 이동이 이뤄졌다. 특히 경기도 용인시와 고양시 일산구, 남양주시 등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 추가가 기정사실화되고, 구체적인 분구 지역까지 자의적으로 나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가 반대로 줄어들면 지역 정가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던 한 전직 국회의원은 기존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분구 예상 지역에서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었는데, 선거구가 줄어들면 본래 지역구로 다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인다.

더 큰 문제는 현역 국회의원들간 지역구 조정이다. 통폐합 대상 선거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 사이에서는 물론, 권역별 의석수에 따른 정당간 갈등도 증폭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통폐합 대상에는 각 정당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가 다수 포함돼 당내 권력관계에 따른 ‘공천학살’이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중앙선관위발 정치관게법 개정 의견이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 강한 불만과 우려의 소리를 내고 있다. ⓒ데일리안

아울러 지역 차원에서는 선거구가 축소될 경우, 지역대표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행 선거구 획정기준 상 강원 태백시(303.56㎢)·영월군(1127.47㎢)·평창군(1464.16㎢)·정선군(1419.93㎢)의 합계 면적은 서울(605.25㎢)의 약 7배에 달하지만,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하나의 선거구로 묶인다. 또 태백은 에너지·탄광, 영월은 농업·관광, 정선은 관광·탄광 등 기반산업도 지역별로 상이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구가 줄어들면 강원·충북 등 산간지역에서는 경기도 절반 크기의 지역을 국회의원 한 명이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현직 지역구 의원은 “선관위가 지역구를 줄이자는데, 과연 그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지역구 관리를 해본 사람들인가 (의문)”이라며 “지방의 경우에 면적은 넓고 인구는 적어서 3~4개씩 관리하는 분들은 정말 엄청나게 힘들다. 지역구 정말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수준 높은 의정활동과 입법활동이지, 무조건 지역구나 의석수를 줄이라는 건 아니다”라며 “물론 국회가 잘못을 많이 해서 국민의 혐오 대상이 된 건 맞지만, 그런 국민감정을 악용해서 무조건 줄인다고 내던져버리는 건 정말 책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선관위 개선안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번 선관위 개정의견에는 새정치연합이 그간 요구했던 사안들이 대폭 반영됐다.

문재인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선관위가 어제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환영한다”며 “현행 선거제도는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지 못 한다. 예를 들자면 지난 총선에서 야당은 부산에서 40% 득표를 했지만 의석은 전체 18석 중 단 2개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독립적인 입법기관인 선관위조차 (우리와) 같은 개정의견을 냈다. 새누리당에서도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적극 응해주기 바란다”며 “이제 곧 여야 합의로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가동되는 만큼 중앙선관위가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논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새누리당은 선관위 개정의견을 그대로 입법화하는 데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권은희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 안은 조만간 가동될 예정인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숙의해 합리적인 선거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