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이언츠 움직임…롯데 반성 부족했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2.04 09:35  수정 2015.02.05 23:27

바르셀로나 모델로 출자금 900억원 모아 롯데 인수?

현실성 낮지만 롯데 향한 불신 드러낸 상징적 사건

부산 지역 야구팬들의 시민구단 설립 추진은 롯데를 향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연고지 부산에서 롯데 구단의 시민구단 전환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부산 지역에서는 야구팬들이 자발적으로 시민구단 설립추진기획단을 조직, 오는 6일 오후 3시 부산 YMCA 17층 대강당에서 시민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기획단은 시민구단 '부산 자이언츠(가칭)'의 모델로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인 'FC 바르셀로나'를 거론하고 있다. 유럽 축구 최고의 명문구단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 형태로 19만 명에 이른 조합원이 연회비 177유로(약 22만원)를 출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획단은 시민구단 창단 시 약 30만 명의 회원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회원당 30만원씩, 총 900억 원의 출자금을 모아 롯데 구단을 인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부산·경남 지역에서 '롯데'와 '자이언츠'를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은 심심찮게 제기돼왔다. 골수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자이언츠는 좋아하지만 롯데는 싫다"는 반응은 꽤 오래전부터 나왔다. 스스로 "롯데팬이 아니라 자이언츠의 팬"이라고 구분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실제로 팬들이 조직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오랫동안 누적돼온 자이언츠 팬들의 불만에 뇌관을 건드린 것은 역시 지난해 터진 선수단-프런트간의 갈등과 CCTV 사찰 파문이다. 롯데는 최근 2년간 4강에 탈락했고, 프런트의 부적절하고 해묵은 관행이 만천하에 공개되며 창단 후 최악의 몸살을 앓았다.

결국, 감독-단장-사장 등 구단 수뇌부 전면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후폭풍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프런트는 공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성난 팬심이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는 야구단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의 개혁 의지에도 여전히 일부에서는 그 진정성에 대해 냉랭한 시선은 남아 있다. 결국 롯데 구단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이번 시민구단 전환 시도라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실적으로 시민구단 전환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프로야구단의 인수와 운영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요구된다. 시민구단 기획단 측에서 생각하는 수준의 회원 모집과 출자금 확보가 이뤄질지도 미지수지만, 목표치만큼 자금을 확보했다고 해도 꾸준한 구단 운영은 불가능하다. 신생구단 창단에 따른 가입비와 훈련장, 클럽하우스, 2군 시설 등 인프라 관련 추가비용까지 감안하면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무엇보다 롯데 구단이 팀을 팔지 않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롯데 구단은 프로 원년부터 33년 넘게 부산에 자리 잡아 왔고 국내 최고의 인기구단 중 하나다. 최근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서 굳이 구단을 매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롯데 구단도 시민구단 기획단의 공청회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시민구단 추진은 현재로서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여전히 롯데를 바라보는 팬심이 냉랭하다는 것은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난해 내내 큰 홍역을 치렀지만 아직도 롯데가 넘어야할 불신의 벽이 크고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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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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