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으로’ 월드컵 독일 신화, 한국이 잇는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5.01.20 14:32  수정 2015.01.20 14:37

독일, 로이스·귄도간 이탈에도 조직력 앞세워 우승

한국, 구자철·이청용 이탈 극복 가능..전화위복 계기

한국은 전력의 핵, 이청용(왼쪽)과 구자철을 잃었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 연합뉴스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은 ‘전화위복’의 본보기다.

독일은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아르메니아와의 평가전에서 마르코 로이스(25·도르트문트)를 잃었다. 볼 경합 과정에서 발목이 뒤틀리며 쓰러진 로이스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경기 후 독일 의료진은 “로이스의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며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다. 수개월간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스는 “평생의 꿈이 1초 만에 날아갔다. 시련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당시 독일은 로이스 외에 일카이 귄도간(도르트문트)도 허리 통증으로 이탈, 월드컵 여정에 암흑이 드리웠다.

그러나 독일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요아힘 뢰브 감독(54)은 “남은 선수들이 귄도간, 로이스 몫까지 뛰어야 한다”고 동료애 정신을 주문했다. 새겨들은 전차군단은 끈끈한 조직과 헌신으로 24년 만에 월드컵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한국대표팀도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독일의 행보를 걷고 있다. ‘공격 중추’ 이청용(26·볼턴)과 구자철(25·마인츠)을 잃었다.

이청용은 지난 10일 오만과의 아시안컵 1차전서 알 무카이니의 깊은 태클에 쓰러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청용이 다친 부위는 우측 하지 비골 선상골절”이라면서 “뼈에 실금이 가 깁스로 고정한 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구자철은 호주전에서 팔꿈치 인대파열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공중볼 경합 중 스피라노비치의 반칙으로 엎어졌다. 착지 과정에서 오른팔에 체중이 실려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

이청용과 구자철 부상은 한국대표팀에 큰 손실이다. 복수의 외신들도 “반세기만의 우승 꿈에 부풀었던 한국축구가 차·포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지금 누구보다 속상한 사람은 당사자들 이청용과 구자철, 그리고 한국대표팀 수장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대표팀도 독일처럼 전화위복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독일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 구자철의 쾌유를 빈다”면서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서 강하다. 남은 선수들이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A조 최종전에서 ‘우승후보’ 호주에 1-0 신승했다. 이청용이 없는 상황에서 박주호, 구자철마저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손흥민은 감기몸살 여파로 후반에야 투입됐다. 그럼에도 한국은 끈끈한 조직과 헌신을 발휘, 호주를 물리쳤다.

무엇보다 ‘닥공(2경기 8골)’ 호주를 상대로 실점하지 않은 점이 중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기간 수비진이 자주 바뀌는 이유에 대해 “부상 선수가 많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온 슈틸리케호, 이청용·구자철 몫까지 뛰겠다는 태극전사의 진한 동료애, 반세기만의 아시안컵 탈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