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SK 가드 김선형(27)은 지난 11일 잠실체육관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년 연속 올스타전 MVP는 1998-99년 워렌 로즈그린 이후 16년 만이자 국내 선수로는 최초였다. 김선형은 이날 전매특허인 더블 클러치와 화려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김선형의 MVP 수상 직후 팬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뒷말이 나왔다. 사실 이날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김선형이 아니라, 드림팀 동료로 활약한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모비스)였다.
라틀리프는 29점 23리바운드의 원맨쇼를 펼치며 골밑을 지배했다. 리바운드 23개는 역대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였다. 김선형이 16점 6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몇 차례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긴 했지만, 이날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라틀리프의 공헌도는 김선형을 압도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올스타전 MVP가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MVP 투표에서 라틀리프는 63표 가운데 24표에 그쳤다. 김선형은 무려 39표를 얻었다. 의외의 MVP 선정에 김선형도 놀란 듯 멋쩍은 표정을 지은 이유다.
물론 올스타전은 굳이 진지함보다는 함께 축제를 즐기는데 의미가 있는 무대다. 자유 투표인만큼,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은 소신대로 투표할 권리가 있다. 일부에서는 제대로 수비하지 않는 올스타전에서 20점-20리바운드 같이 눈에 보이는 기록이 크게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올스타전 MVP가 '인기투표'는 더더욱 아니다. 이럴 거면 무작위로 일반 팬들을 선정해 참여하게 하는 팬 투표와도 큰 차이가 없다. 기자단 투표는 팬심을 대변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일반 팬들보다는 좀 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잣대로 판단하라고 책임이 주어진 자리다.
무엇보다 불편한 부분은 만일 라틀리프가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였어도, 혹은 김선형이 외국인 선수였더라도 같은 대접을 받았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2010년 올스타전에도 당시 매직팀의 크리스 다니엘스가 42점 20리바운드로 맹활약했지만, 정작 MVP는 팀 동료였던 국내 선수 이승준(27점 9리바운드)에게 돌아간 바 있다.
외국인 선수는 궂은일이나 쇼타임을 위해 잠시 기용한 들러리가 아니다. 엄연히 KBL을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리그 소속인 이상은 토종 선수들과 다름없는 '우리의 스타'로 대우받아야 한다.
올스타전은 단순한 연중행사가 아니라 KBL을 대표하는 축제다. 올스타전이 그만큼의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도 사소한 부분부터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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