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은 스토크 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2008-09시즌 이후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서 1승1무5패에 그쳤다. ⓒ 게티이미지
달라진 게 없다.
수비 보강 없이 시즌을 맞이한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이 스토크 시티를 맞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또 졌다. 아스날은 7일(한국시각) 영국 브리태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 시티와의 '2014-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아스날은 90분 내내 수비 불안과 피지컬에서 열세를 드러내며 졸전을 펼쳤다.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기 내용이었다. 스토크 시티의 전술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패스 플레이와 볼 점유율에 중점을 두는 아스날에 스토크 시티는 무척 까다로운 상대다.
스토크 시티는 강한 압박과 몸싸움으로 맞부딪치며 아스날의 패스를 억제하고, 공격 템포를 끊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공격에서는 롱볼을 구사해 상대적으로 높이가 약한 아스날을 상대로 제공권에서 골을 노린다. 현재는 마크 휴즈 감독이 스토크 시티를 이끌고 있지만 과거 토니 풀리스 감독은 아스날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어 재미를 봤다.
아스날은 스토크 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2008-09시즌 이후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서 1승2무5패에 그쳤다. 스토크 시티의 플레이가 워낙 거친 탓도 있지만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크다.
이는 벵거 감독의 소홀한 준비와 일맥상통한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로 베스트 라인업을 구성해 맞불을 놓거나 아니면 확실한 대응 전략을 내놨어야 했다. 하지만 항상 똑같다. 이날 경기도 스토크 시티의 엄청난 피지컬에 압도당해 자신들의 축구를 전혀 선보이지 못했다.
형편없는 수비진이 가장 문제였다. 승부는 사실상 45분 만에 갈렸다. 선제골은 경기 시작 19초 만에 나왔다. 스티븐 은존지가 올려준 크로스를 칼럼 체임버스가 머리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다. 이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헥토르 베예린이 마메 비람 디우프와의 경합에서 제대로 막지 못한 채 쓰러졌고, 흘러나온 공을 피터 크라우치가 너무나 쉽게 성공시켰다.
두 번째 실점 역시 스토크 시티의 측면 크로스 공격에서 시작됐다. 조너선 월터스의 크로스를 수비 뒷 공간으로 쇄도하던 보얀 크르키치가 마무리했다. 두 차례 공격 모두 아스날의 왼쪽 수비 진영에서 나왔다. 세 번째 실점은 아스날의 고질적인 문제인 세트 피스였다. 크라우치는 압도적인 높이를 앞세워 손쉽게 머리로 공을 떨궈주며 월터스의 골을 도왔다.
아스날은 후반에 2골을 따라 붙으며 추격의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체임버스가 후반 33분 보얀에게 쓸데없는 파울을 범하며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하면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과거 아스날은 패트릭 비에이라, 질베르투 실바, 솔 캠벨과 같은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아스날은 이와 같은 선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아스날의 이러한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첼시 무리뉴 감독 역시 벵거 감독에게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날 아스날은 제대로 된 수비진을 구성하기조차 힘들었다. 오른쪽 풀백 마티외 드뷔시는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지 오래고, 왼쪽 풀백 나초 몬레알 또한 부상으로 결장했다. 스토크 시티전에 선발 출전한 포백 라인에 10대 선수만 무려 2명이었다.
아스날 유스 베예린이 선발로 경기에 나서야 했고, 19살의 체임버스도 중앙으로 위치를 옮겨 우왕좌왕했다. 왼쪽 풀백 키어런 깁스는 측면에서 일대일 돌파와 크로스를 수시로 허용하는 등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어찌 보면 벵거 감독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수비수를 보강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토마스 베르마엘렌(바르셀로나 이적), 칼 젠킨슨(웨스트햄 임대)이 빠진 공백을 메우지 않은 채 불과 6명의 1군 수비진(메르테자커, 코시엘니, 드뷔시, 체임버스, 깁스, 몬레알)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윈스턴 리드, 크리스 스몰링 등의 수비수 영입이 불발됐다고 변명하기엔 여름이적시장은 매우 길었다. 벵거 감독은 나초 몬레알의 센터백 변신과 19살의 나이 어린 체임버스로 하여금 백업 역할을 맡기도록 했는데 이는 매우 안일한 생각이었다.
아스날 수비진은 전반기 내내 부상으로 신음했다. 코시엘니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올 시즌 많은 경기에 결장했고, 드뷔시는 시즌 초반 장기 부상으로 아직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체임버스는 지금까지 나름 분전했지만 스완지 시티, 스토크 시티전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치는 등 서서히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몬레알의 센터백 카드도 대실패다. 몬레알이 센터백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위치 선정과 높이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으며, 페어 메르테자커와의 호흡도 좋지 않았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꿔야 한다.
벵거 감독은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년 안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15라운드를 치른 현재 아스날은 6승5무4패(승점23)로 리그 6위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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