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 낮은 KIA 김기태호 '다행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12.02 09:31  수정 2014.12.02 09:42

최근 3시즌 부진으로 당장 성적에 대한 기대치 낮아

장기적 체질 개선에 무게두고 색깔 구축할 시간 보장

당장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은 KIA 신임 김기태 감독에게는 오히려 다행이다. ⓒ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팀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수모를 당했다. 그럼에도 구단은 여론과 동떨어진 선동열 감독의 재신임을 밀어붙이려다 성난 팬들의 반대에 막혀 선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우여곡절까지 겪었다.

시즌 종료 후에도 에이스 양현종의 미국 진출과 포스팅시스템을 둘러싼 논란, 김기태 신임 감독 등장과 이대형의 갑작스러운 kt행까지 매일 매순간이 사건의 연속이었다.

어수선한 한 해를 보낸 KIA는 김기태 감독 체제로 본격적인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달 30일 취임식을 통해 KIA의 제8대 감독으로서 공식 행보에 돌입했다. LG 시절 11년만의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키며 김기태 리더십이 KIA에서도 명가재건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와 관심을 모은다.

김기태 감독은 취임사에서 유난히 의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핑계 대지 말 것’ ‘자신감 가질 것’ ‘야구에 대한 예의 지킬 것’ 등은 평소 김기태 감독의 야구 철학이기도 하다. 프로선수라면 당연한 덕목을 새삼스럽게 강조한 것은 그만큼 패배주의에 찌든 KIA의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광주일고를 졸업한 광주 야구계의 대표적인 스타 출신이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해태나 KIA와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역대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스타 출신들이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징크스라든지 '해태 향수'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당장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은 김기태 감독에게는 오히려 다행이다.

KIA는 해태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우승에 익숙한 팀으로 자연스럽게 역대 감독들은 취임과 동시에 성적에 대한 기대치와 압박이 심했다. 2009년 KIA에 ‘V10’을 선사한 조범현 감독조차 이듬해 성적부진에 시달리자 팬들 사이에서 인신공격성 비난에 시달린 것은 유명한 사례다.

하지만 선동열호가 지난 3년간 성적부진과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현재 KIA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치는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구단도 일찌감치 다음 시즌 목표를 '리빌딩'으로 정하고 성적에 대한 요구보다는 장기적인 체질개선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다소 여유를 가지고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은 셈이다.

물론 LG에서도 그랬듯, 결국 '성적 없는 리빌딩'이란 존재할 수 없다.

김기태 감독은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망주들의 성장도 필요하지만, 결국 고참과 스타플레이어들의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기는 습관과 경험에 익숙해져야 강팀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이는 결국 감독 능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프런트의 적절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KIA는 올 겨울 전력누수가 심하다. 에이스 양현종의 미국 진출이 최종적으로 불발됐지만 팀 잔류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음 시즌 김선빈, 안치홍 군입대에 이어 FA가 된 포수 차일목, 중견수 이대형의 갑작스러운 kt행이 이어지며 센터라인이 붕괴된 상황이다. 하지만 KIA는 올해 FA 시장에서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아직까지 잠잠하다.

김기태 감독은 다음 시즌 팀의 전망과 계획에 대해서 아직은 말을 아끼고 있다. "충분히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지만, 그만큼 다음 시즌 팀 전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아직 무언가 청사진을 내밀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탓도 있다.

벌써부터 김기태 감독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올 시즌 초반 갑작스러운 자진사임으로 LG와의 결별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던 장면이나, 최근 이대형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kt로 이적시킨 것을 두고 불화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소통을 강조해왔지만, 그간 논란이 됐던 순간마다 정확한 해명 없이 넘어가는 행보를 보인 것은 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해와 논란의 소지는 깔끔하게 털고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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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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